21년 만에 드러낸 얼굴…이승만 “죄 받을 줄 알았다”

입력 2022-09-02 10:41
2001년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에서 권총 강도 살인사건을 피의자 이승만이 2일 오전 대전 동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기 전 심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01년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의 피의자 이승만(52)과 이정학(51)이 21년 만에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대전경찰청은 2일 오전 9시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이승만과 이정학을 구속 송치하면서 각각 동부·둔산경찰서에서 이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건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총까지 쐈다고 자백한 이승만은 “저로 인해 피해를 받으신 경찰관분, 유명을 달리하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검은색 점퍼를 입고 마스크를 한 채 취재진 앞에 선 이승만은 인터뷰 내내 고개를 푹 숙였다. 21년 만에 검거된 심정을 묻는 말에는 “지금은 죽고 싶은 심정밖에 없다”고 했다. 또 완전범죄를 꿈꾼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면서 “죄송하다. 죽을죄를 지었다”라고 언급했다.

이승만은 검거 당시에는 범행을 부인해왔지만 지난 31일 돌연 말을 바꿔 범행을 시인했다. 그는 자백한 이유를 묻자 “언젠가 제가 지은 죄(에 대한 벌)를 받을 줄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21년 만에 붙잡힌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피의자 이정학(51)이 포승줄에 묶인 채 2일 오전 대전 둔산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시각 둔산경찰서에서 포토라인에 선 이정학(51)도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색 마스크를 쓴 이정학은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 말에 양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이같이 답했다.

이정학은 21년 만에 붙잡힌 심경을 묻는 말에 한숨을 쉬면서 “죄송하다”고 했다. 범행을 시인하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신원이 공개된 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 피의자 이정학(왼쪽)과 이승만의 사진. 대전경찰청 제공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 차량을 차량으로 가로막은 뒤, 38구경 권총으로 은행 출납 과장 김모(당시 45세)씨에게 실탄을 쏴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을 들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01년 10월 15일 0시쯤 총기를 확보할 목적으로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았다. 당시 운전자는 이승만이였다. 이정학은 쓰러진 경찰관의 38구경 권총을 강탈했다.

21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2017년 10월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경찰은 2015년 충북의 한 불법오락실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국민은행 사건 당시 마스크 등의 DNA와 동일한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2017년 10월 받아들었다. 이후 5년 동안 게임장 관련자들을 조사해 지난달 25일 이정학을 특정하고 검거했다.

이어 이정학으로부터 이승만과 함께 범행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해 이승만을 긴급체포했다. 사건 발생 7553일 만이다.

대전경찰청은 지난 30일 오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들 2명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