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사과 대전 은행 강도범 검찰 송치

입력 2022-09-02 10:10
2001년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에서 권총 강도 살인사건을 피의자 이승만이 2일 오전 대전 동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21년 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인 이승만(52)과 이정학(51)이 검찰에 넘겨졌다.

대전경찰청은 2일 오전 9시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이승만과 이정학을 구속 송치하면서 각각 동부·둔산경찰서에서 이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총까지 쏜 혐의를 받는 이승만은 대전 동부경찰서 포토라인에 서서 “저로 인해 피해를 받으신 경찰관분, 운명을 달리하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검은색 점퍼에 마스크를 한 채 취재진 앞에 선 이승만은 인터뷰 내내 고개를 푹 숙였다.

21년 만에 검거된 심정을 묻자 “지금 죽고 싶은 심정밖에는 없다”면서, 처음에 범행을 부인하다 시인한 이유로는 “언젠가 제가 지은 죄(에 대한 벌)를 받을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완전범죄를 꿈꾼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면서 마지막으로 “죄송하다. 죽을죄를 지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둔산경찰서에서 포토라인에 선 이정학(51)도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색 마스크를 쓴 이씨는 ‘피해자 유가족에게 할 말은 없느냐’고 묻자 양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이같이 답했다.

이씨는 21년만에 붙잡힌 심경을 묻자 잠시 한숨을 쉰 뒤 “죄송하다”고 말했다.

범행을 시인하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기도 했지만,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라탔다.

이들은 경찰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 따라 신상 공개가 결정된 피의자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량을 차량으로 가로막은 뒤, 38구경 권총으로 은행 출납 과장 김모(당시 45세) 씨에게 실탄을 쏴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을 들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총기는 같은 해 10월 15일 0시께 대덕구 송촌동 일대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량으로 들이받은 뒤 빼앗은 것이었다.

장기 미제로 남아있었던 이 사건은 2017년 10월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범행에 사용한 차 안에 있던 마스크와 손수건에서 유전자 정보(DNA)가 발견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경찰은 충북지역 불법 게임장에서 발견된 DNA와 해당 DNA가 같은 것을 확인하고, 5년 동안 게임장 관련자들을 조사해 지난달 25일 사건 발생 21년 만에 이승만과 이정학을 검거했다.

대전=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