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2’ 유해진 “‘믿보배’ 수식어 감사…책임감 느껴”

입력 2022-09-01 17:59
“전편이 있는 후속작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같이 한 이석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고 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공조’의 속편이라면 내가 잠깐이라도 나와야되지 않을까 약간의 책임감도 느꼈다.”

배우 유해진. CJ ENM 제공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유해진은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편에 이어 유해진이 연기한 남한 형사 강진태는 이번엔 북한에서 다시 온 림철령(현빈),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잭(다니엘 헤니)과 삼각 공조를 벌인다.

유해진은 현빈, 다니엘 헤니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 “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빈씨과는 배역을 떠난 사이가 된 것 같았다. 촬영 스트레스 없이 ‘쿵짝’이 맞아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연기했다”며 “저도 나이가 들면서 변한 부분이 있고 현빈씨도 여유가 생긴 걸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매너를 흉내내는 사람, 헤니는 매너가 몸에 밴 사람이다. 오래 전부터 러닝머신할 때 유튜브로 영어 공부를 하는데 헤니 앞에서 한 마디도 못하겠더라”며 웃었다.

배우 유해진. CJ ENM 제공

이번 영화의 액션에 대해선 “손에 땀을 쥐게 하더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유해진은 “전편에 비해 액션이 진지해졌고 무게 중심도 장명준(진선규) 쪽으로 옮겨갔다. 액션이 어렵다고 느끼진 않지만 이제 아무래도 유연성이 떨어진다”며 겸손함을 표했다.

극중에서 부딪치는 장면은 없지만 새로운 빌런 역을 맡은 배우 진선규와는 tvN 예능 ‘텐트 밖은 유럽’을 함께 촬영했다. 그는 “워낙 사람이 좋단 얘기를 전부터 많이 들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람이 좋으면 믿음이 간다”며 “착한 척하다가 금방 실체를 들키는 경우가 있는데 선규는 진짜 착한 사람 같아서 좋다”고 했다.

코믹한 느낌을 잘 살리는 유해진의 연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다양한 애드리브로 발산됐다. 그는 “내가 낸 아이디어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딸의 돼지저금통이 사라져 소동이 벌어졌을 때 주머니에서 동전을 왕창 떨어뜨리는 장면, 잭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영어 단어를 내뱉는 장면 등”이라며 “그런 게 강진태의 삶과 맞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배우 유해진. CJ ENM 제공

영화에서 코미디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한 처제 민영 역의 임윤아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해진은 “‘공조’ 이후에 윤아는 이 작품 하길 잘했다는 이야길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는 많이 들어올텐데 이렇게 푼수같은 연기를 선보이면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수로서는 말할 것도 없지만 배우로서도 잘 되는 것에 대해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번에 훨씬 더 안정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체 연기할 때 ‘포인트’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대중이 영화나 예능에서 보는 유해진은 다재다능하면서 낙천적이고 여유롭다. 실제 그는 어떨까.

유해진은 “예민할 땐 되게 예민하다. 무거운 주제에 빠져있어야 하는 작품을 만나면 현장에서 거의 혼자 있었고, 촬영장에 대사를 토씨 하나까지 준비해 갔다”며 “어느 날 모 배우님이 ‘해진이는 말이야. 유연함, 여유 그런 게 있으면 말이야…(좋을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제게 큰 영향을 미쳤다. 비울 줄도 알아야 된다는 말이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40대가 되면서 ‘내가 꼭 그렇게 살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었고, 저를 꽉 채워서 현장에 갔을 때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새로운 게 들어오지 못하는 단점도 있었다”고 했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사진. 왼쪽부터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미 FBI 요원 잭(다니엘 헤니). CJ ENM 제공

체력 관리를 위해 그는 꾸준히 운동한다. 매일 촬영 스케줄에 따라 자전거 타기, 달리기, 수영 중 한 가지를 고른다. 유해진은 “최근 수안보 쪽에서 촬영이 있어 촬영장까지 두 시간 자전거를 타고 갔다”며 “7시 반까지 도착해야 해서 5시에 동 트기 전에 출발해야 했다. 길에 사람도 없는 시간이라 편하게 사이클복을 입고 달렸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신의 작품이 객관적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유해진은 “‘타짜’같은 작품은 왜 관객들이 좋아했는지 이제 전체적인 걸 볼 수 있게 됐다”며 “내 연기는 당장 보면 늘 아쉽다. 그 아쉬움 때문에 다음 작품에선 그 점을 안 놓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그에게 붙인다. 그는 “‘믿보배’는 고마운 얘기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제 믿지 말자’ 하시면 안되지 않겠느냐”며 “시사회 때 극장에 관객이 꽉 찬 모습을 보니 반갑고 좋았다. ‘공조2’가 극장 문을 나설 때 즐겁게 웃고 수다 떨면서 나갈 수 있는 영화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