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더 힘겨웠던 쪽방촌... 한가위에 조금이라도 덜 외로웠으면”

입력 2022-09-01 17:13 수정 2022-09-01 18:44
쪽방촌 주민들이 1일 서울 용산구 성민교회 앞에서 한국교회가 전달하는 한가위 선물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1일 서울 용산구 성민교회(이성재 목사)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약속 시간은 1시반이었는데 사람들은 오전 11시부터 찾아왔다. “교회에서 뭘 준다고 해서…. 뭔진 잘 모르겠는데, 준다고 하니까 받는 거죠.”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누군가 찾아온 게 내심 반가운 모양새였다.

이날은 한국교회봉사단(대표단장 김태영 목사)과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이 추석을 앞둔 쪽방촌 주민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날이었다. 뙤약볕에 늘어선 주민들을 위해 두 단체는 시간을 앞당겨 한과 450박스를 나눴다. 서울 치유하는교회(김의식 목사)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했다.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건강하세요, 어르신.” 덕담과 함께 선물을 받아 든 주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김태영(왼쪽 두 번째) 한교봉 대표단장이 1일 서울 용산구 쪽방촌 주민에게 병원비와 한가위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봉사자들은 교회까지 오기 힘든 어르신의 집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얼마 전 계단에서 넘어져 깁스까지 했던 양정애(76)씨는 하나에 2만원인 보호대 2개를 살 돈이 없어 왼쪽 발에만 보호대를 착용한 상태였다.

“아들딸이 있어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안 되더라고요. 얼굴 본지도 한참 된 자식들인데…. 그래도 한국교회가 병원비를 보태줘서 한시름 놓았어요. 추석에는 동네 주민들과 같이 밥 한 끼라도 먹으려고 해요.”

쪽방촌 주민들은 코로나19 재확산세에 폭염까지 덮친 이번 여름을 힘겹게 보냈다. 이성재 목사는 용산구 동자동 일대에 쪽방촌이 2000세대 정도 있다고 했다. “대부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어르신이거나 지체장애가 있는 분들이세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 힘들었죠. 쪽방촌은 보통 주방이 없어서 구호 단체들이 주는 급식에 의존했던 분들이 많은데 급식이 끊겼고요. 공동 화장실을 쓰기 때문에 전염병이 번지기 쉬운 구조니까요.”

치유하는교회 성도들이 1일 서울 용산구 성민교회 앞마당에서 쪽방촌 주민들에게 줄 한가위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날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치유하는교회(김의식 목사) 예솔전도대는 한과를 정성스럽게 포장해 주민들에게 건넸다. 김명숙 권사는 “주민들이 한가위를 조금이라도 덜 외롭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며 “작은 일이었지만 그 분들에게 기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영 대표단장은 양씨를 비롯한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격려했다. “우리는 잠깐 들렀다 가지만 주님의 은혜가 남아 이들을 치유하고 위로하실 것을 믿습니다. 한국교회가 계속 함께하겠습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