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명 여성병원서 2년전 태아사망…“병원측 배상해야”

입력 2022-09-01 16:33 수정 2022-09-01 21:35

인천 미추홀구의 한 유명 여성병원에서 2년여 전 발생한 태아사망 사고를 두고 태반조기박리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병원 측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3단독 강주혜 판사는 지난달 19일 태반조기박리로 뱃속의 태아를 잃은 A씨와 남편 B씨가 C여성병원을 운영하는 D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태반조기박리는 분만에 이르지 못한 태아가 태반에서 떨어지는 증상이다. 현재 추정되는 주요 원인과 위험요인으로는 전자간증(임신중독증), 임산부 고혈압 등이 있다.

태반조기박리를 제때 진단하고 처치하지 않으면 태아가 숨질 수 있다. 태반조기박리가 의심될 때에는 태아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산소 공급 문제 등이 발견되면 제왕절개 수술로 가능한 빨리 분만해야 한다.

A씨는 2019년 6월 7일 임신 진단을 받고 6개월여 뒤 이뤄진 정기검진에서 고혈압 등의 증상을 보여 C여성병원에 입원했다. 또 A씨는 전자간증 의심 소견으로 출산 전까지 적극적인 모니터링 및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과도 받았다.

이후 A씨는 2019년 12월 16일 오후 9시40분쯤 C여성병원 화장실에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는 사고를 당했다. 이어 다음 날 오전 4시쯤부터 복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복통은 6시간이 지나도록 이어졌고 외래 진료를 통해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자궁 내 태아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A씨와 B씨는 2020년 12월 D씨 등을 상대로 1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A씨와 B씨는 전자간증 의심 소견을 받은 상태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 뒤 지속적인 복통을 호소했는 데도 C여성병원이 태반조기박리를 의심한 조기 분만 조치 등을 하지 않아 태아가 숨졌다고 주장했다.

강 판사는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장에 대한 보완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 등을 종합해 C여성병원의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봤다.

강 판사는 “C여성병원의 의료진은 주의의무를 위반해 A씨의 태반조기박리를 진단하지 못함에 따라 처치를 지연함으로써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또 “C여성병원은 복통의 원인을 찾기 위해 초음파 검사나 도플러심박동기를 이용해 태아심박수를 확인할 수 있었고, 나아가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했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며 C씨 등 4명이 A씨와 B씨에게 각각 150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