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은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운용의 전국 모델도시다. 2018년 9월 발행을 시작한 뒤 지난해까지 1조 4610억원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지난 해 4700억원에 이어 올해도 3720억원 어치를 발행해 지역 소상공인과 시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GM 군산공장 폐쇄의 충격속에서 지역경제에 최소한의 피가 돌게 한 신의 한 수였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적잖이 휘청일 상황에 놓였다. 한 해 시비 257억원을 투자하고 국비 148억원을 지원 받아 사업을 펼쳐왔으나 정부가 앞으로는 한 푼도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도 지역화폐 보조금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예고해 전국 지자체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일선 시‧군은 관련 예산을 떠안는 부담 뿐 아니라 소비 위축으로 골목상권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가 지역화폐 보조금 지원 전면 중단 계획을 발표한 이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기재부는 당일 “이제 지역 상권과 소비가 살아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취약계층 직접 지원에 쓰는 게 우선 순위로 보여 보조금을 예산안에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0년 보조금을 8% 지원한 뒤 2021년 6%, 올해 4%(6053억원)로 계속 축소하다가 결국 이마저도 전액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발표에 전국 지자체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지역화폐의 선진지로 꼽히는 전북지역은 충격이 크다. 전북 지자체들은 올해 1조 5720억원에 이르는 지역화폐를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이나 내년부터는 축소를 고심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전북은 지난 해 889억원에 이어 올해 456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발행 규모(5조원)가 가장 큰 경기도와 31개 시‧군은 곤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올해 106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았으나 내년부터는 이를 모두 도와 시·군이 나눠 부담하게 됐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정부가 지역화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는데, (이러한 결정이) 정치적인 이유나 목적으로 이뤄졌다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경제 침체로 연결돼 민생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강원도는 3개 시‧군을 제외한 15개 시·군이 한해 214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았으나, 전액 떠안게 됐다.
각 지자체는 이번 결정으로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경기 회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각 시‧군은 “단순 보조금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소비 위축과 골목상권 매출 감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단 지자체들은 지방비 부담액을 더 늘려서라도 지역화폐 발행액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분위기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소비촉진 효과가 큰 데다 주민들의 호응 또한 높은 만큼 차질없이 발행돼야만 한다고 본다”며 “전국 시·도와 함께 정부에 지속적인 국가 보조금 지원을 촉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예산 삭감이 확정돼도 각 시·군이 지역화폐를 바로 폐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의정부‧춘천=김용권 박재구 서승진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