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공군 방공기지 주변에 묻혀있던 지뢰가 폭우에 유실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의정부시는 지난 8일부터 중부 지방에 내린 폭우로 지뢰가 유실됐을 수 있다면서 1일 지역 주민과 등산객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공군은 1983년과 1987년 두 차례에 걸쳐 해당 방공기지 주변에 지뢰를 매설했다. 그 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명 사고 위험이 커지자 2020년 4월∼2022년 3월 의정부 가능동 산24-2번지, 양주 어둔동 산120번지와 복지리 산56-1번지 일대에 지뢰를 탐지해 제거했다. 지난달 지자체 공무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증도 했다.
문제는 아직 탐지하거나 수거하지 못한 17발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지뢰를 매설한 지 40년 안팎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지형 변화, 태풍·홍수, 산사태 등으로 당초 매설된 지역을 벗어나 위치 파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부대는 최근 집중호우로 지뢰가 유실됐을 수도 있다고 지자체에 알렸다.
유실 가능성이 있는 지뢰들은 이른바 ‘발목 지뢰’로 불리는 M14 대인지뢰로 알려졌다. 이 지뢰는 물에 잘 뜨는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폭우에 휩쓸리면 멀리까지도 떠내려갈 수 있다. 금속이 아니라서 탐지하기도 쉽지 않다.
시민들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정부 지역 한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가능동 인근 녹양동 주민이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지뢰 미탐지 지역 사진을 보고 종종 가는 곳이라 깜짝 놀랐다. 도시 한복판에서 지뢰를 걱정해야 하느냐”고 적었다.
특히 성묘철이 다가온 만큼 유실된 지뢰로 인한 사고 우려가 나오면서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양주 어둔동 주민들 사이에선 SNS에 지뢰 미탐지 지역 사진을 공유하며 주의를 독려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에 누리꾼들은 “저 일대는 남들이 밟고 다닌 곳만 따라 밟고 다닐 수밖에 없다” “성묘 가는 사람들은 어떡하냐” “지뢰를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의정부시는 해당 부대에 지속적으로 지뢰 탐지·제거 작업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인근 지역 진·출입로 6곳에 유실 지뢰 위험을 경고하는 현수막을 걸기로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