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가 1일(한국시간) 30호 홈런을 때려내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상 첫 ‘10승 30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두고 장군멍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타니는 미국 LA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양키스와의 홈 경기에서 6회 0-2로 뒤진 6회 1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역전 3점포를 날렸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양키스 선발 투수 게릿 콜이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시속 98마일(시속 158㎞)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자 이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쳤다. 양키스의 에이스 콜은 오타니가 공을 받아치자마자 실투를 직감한 듯 자신의 글러브를 손으로 쳤다.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홈런에 힘입어 3대 2로 승리했다. 오타니는 1회 말 공격에서도 큼직한 홈런성 타구를 날렸지만, 타구가 펜스 바로 앞에서 아깝게 잡히기도 했다.
오타니는 이날 30호 홈런으로 여러 새 기록을 세웠다. 우선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10승 30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오타니는 올 시즌 투수로는 11승 8패 176탈삼진 평균자책점 2.67, 타자로는 타율 0.269에 30홈런, 82타점을 기록 중이다.
또 지난해 46홈런에 이어 2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하면서 일본인 메이저리거 중 처음으로 2시즌 연속 30홈런을 기록한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최다 홈런(175개) 기록을 보유한 마쓰이 히데키도 30홈런을 2004년(31개)에 한 번만 기록했다.
기록 외에도 MVP 레이스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됐다. 오타니가 MVP 경쟁자인 저지 앞에서 홈런을 추가하며 팀의 역전승에 기여해서다. 오타니는 양키스와의 지난 3연전에서 2홈런, 5타점, 0.417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시리즈 승리를 이끌었고, 저지와의 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오타니는 이날 경기 후 저지와의 경쟁에 대해 “더 잘하기 위한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저지의 최근 기세도 만만치 않아 MVP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저지는 이날 경기에서 2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삼진을 2개나 당했지만, 최근 오타니 못지않은 활약을 하고 있다. 저지는 에인절스를 상대로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 51홈런으로 메이저리그 홈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62홈런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저지가 60홈런을 달성할 경우, 2001년 배리 본즈(73개)와 새미 소사(64개) 이후 21년 만에 메이저리그 시즌 60홈런 타자가 등장하게 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