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는 여전했다. ‘전설’ 세리나 윌리엄스(605위·미국)가 은퇴 대회에서 세계랭킹 2위까지 꺾으며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있다.
윌리엄스는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2회전에서 아네트 콘타베이트(에스토니아)를 2대 1(7-6 <7-4>, 2-6, 6-2)를 꺾고 3회전에 진출했다. 첫 메이저 우승대회인 US오픈을 은퇴 무대로 정한 윌리엄스의 ‘라스트 댄스’도 계속된다. 윌리엄스는 2회전 승리 후 “서두를 것 없다”고 웃으며 “아직 조금 남았다”고 말했다.
윌리엄스의 열세가 예상된 경기였다. 상대는 혈기 왕성한 20대에 올 시즌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과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상위 랭커였다. 윌리엄스는 약 20년간 여자 테니스를 지배했지만 40대에 접어들었고 부상으로 약 1년 만에 복귀해 US오픈 직전까지 단 4경기만 치렀을 뿐이었다. 직전 대회에서는 에마 라두카누(11위·영국)에 완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저대회 23회 우승의 관록이 있었다. 1게임을 단 한 점도 따내지 못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2게임 전매특허인 강서브로 상대를 흔들면서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결국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혈투 끝에 1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는 체력이 달리는 듯 허무하게 내줬다. 승기가 넘어가자 윌리엄스는 최종전을 위한 체력안배에 들어갔다.
3세트 윌리엄스의 파워가 살아나면서 3-0으로 앞서갔다. 윌리엄스를 향한 압도적 응원에도 냉정을 유지하던 콘타베이트는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4-1이 되면서 승기가 확실히 넘어갔고 윌리엄스가 결국 승리했다. 윌리엄스는 이날 서브에이스 11-5로 상대를 압도했고, 서브 최고 시속은 192㎞에 달했다.
경기 후 ‘자신의 경기력에 놀랐냐’는 질문에 윌리엄스는 “아니요. 난 그냥 세리나예요”라고 답했다. 콘타베이트는 “그랜드슬램을 휩쓴 챔피언을 상대하려면 정말 훌륭한 플레이를 할 준비가 돼야 한다”고 윌리엄스를 추켜올리며 “3세트에는 확실히 수준을 높이며 놀라운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3일 호주의 아일라 톰리아노비치(46위)와 3회전을 치른다. 전날에는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와 함께 여자복식 1회전에서 린다 노스코바-루시 흐라데카(체코) 조와 맞붙는다. 윌리엄스 자매가 짝을 이뤄 이 대회 복식 경기에 나서는 것은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