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여파로 진행된 대학 비대면 수업은 학습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송을 제기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도 무산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재판장 이오영)는 1일 코로나19 유행기 비대면 수업으로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대학생들이 소속 대학과 정부를 상대로 낸 등록금 반환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소송에는 사립대 26곳의 대학생 2697명이 원고로 참여했고 1인당 100만원의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비대면 수업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면서도 학생들은 물론 나아가 국민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이자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사회통념상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전국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2020년 7월 그해 1학기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코로나19가 처음으로 전국에 확산되던 시점이었다. 대학생들은 등록금에 상응하는 교육을 받지 못했고,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등록금에 포함된 실습 및 시설 사용료를 반환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020년도 1학기 무렵은 우리 국민들 모두가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전 세계적 재난 상황을 처음 맞닥뜨려 공포와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비대면 수업은 대면접촉의 최소화가 요구되던 시기에 탄생한 교육 방식으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국민들의 생명권 모두를 지키기 위한 나름의 균형 지점에 있었다”고 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다수 국가가 채택한 교육 방식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비대면 수업은 기대나 예상치에 현저히 미달되는 부실한 교육 방식’이라는 원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교 법인들이 실시한 비대면 수업이 원고 측 기대에 미달하거나 부실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재난 상황이 2020년 초 갑자기 발생하면서 학생들이 당초 꿈꾸고 기대했던 모습의 대학 생활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은 분명 안타깝다”면서도 “원고들의 주장과 제출 증거 만으로는 국가와 사립대에 법적 책임을 지우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 결과는 유사한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립대 400여명도 서울대와 국가를 상대로 50만원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