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군의 에티오피아 한국전쟁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이 3년 만에 재개됐다.
최문순 군수를 비롯한 화천군 장학생 선발팀은 1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참전용사회관에서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 선발 행사를 가졌다. 군의 장학생 선발사업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19년부터 3년 동안 중단됐다. 그동안 현지 방문이 여의치 않아 기존에 선발한 장학생과 국내 대학원 유학 지원만 진행했다.
장학생 선발팀은 초등생부터 대학생까지 50명을 새 장학생으로 선발한다. 지난 3년간 새 장학생을 선발하지 못하면서 누적 신청 건수만 1062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413명이 현지 심사대상으로 분류됐다.
장학생 선발은 서류 심사와 함께 신청자의 거주지를 방문해 참전용사 후손 여부와 경제 여건, 학업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된다.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초등생은 500비르(2만5000원), 중고생 900비르(4만5000원), 대학생 1100비르(5만5000원)가 매달 지급된다.
장학금은 화천군을 비롯해 지역 군부대, 사회단체 등이 함께 마련했다. 군부대 부사관 등이 일정액을 후원하고 있으며 화천 평화의 댐 인근 세계평화의 종 타종요금도 전액 이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모아진 장학금 규모가 연간 1억5000만원에 이른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에 연인원 6037명을 파병한 아프리카 국가다. 한국전쟁에서 253전 전승의 신화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122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다쳤다. 화천은 에티오피아 황실근위대 소속 ‘강뉴(Kagnew)’ 부대원들이 첫 교전을 벌인 곳이자 주요 전장이었다. 그러나 참전용사들은 조국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후 공산군과 싸웠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으며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군은 에티오피아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2009년부터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308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후원했다. 이 중 134명이 학업을 마쳤다. 2010년부터는 한림대, 명지대와 함께 후손들의 유학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화천군 제1호 장학생 이스라엘 피세하(33)씨가 국내 대학에 처음으로 초빙교수로 임용된 바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에티오피아는 우리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을 때 먼 이국에서 함께 피를 흘려 준 형제의 나라”라며 “참전용사의 후손들이 장학사업을 통해 더 크게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화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