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적신 조성진의 우아한 연주… 관객은 행복했다

입력 2022-09-01 06:10 수정 2022-09-01 08:22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31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첫 번째 크레디아 프롬스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조성진 그리고 쇼팽’ 이라는 타이틀의 이번 공연에는 현장 관객 7000명과 유료 온라인 생중계로 관람한 관객 5000명 등 총 1만2000명이 참여했다. 크레디아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대규모 야외무대에서도 변함없이 흔들림 없는 연주를 보여줬다. 지난 31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현장 관객 7000명과 유료 온라인 생중계로 관람한 관객 5000명 등 총 1만2000명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했다.

조성진은 클라리네티스트 연주자 김한과 함께 풀랑크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거쉰 프렐류드 1번으로 오프닝을 장식한 뒤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연주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지난 2015년 쇼팽 콩쿠르 당시 조성진에게 우승을 안겨주었던 결선곡이다. 그리고 쇼팽 협주곡 2번은 조성진이 해외에선 여러 차례 연주했지만, 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곡이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2번의 경우 원래 오케스트라 편성이지만 이번에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께하면서 현악 편성으로 바꿨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노를 뒷받침하는 풍성함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감동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앙코르곡으로 조성진이 연주한 드뷔시 ‘달빛’ 역시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초가을 밤에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조성진은 클라리네티스트 연주자 김한과 함께 풀랑크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한 뒤 객석에 인사하고 있다. 크레디아

특히 이날 눈길을 끈 것은 관객들의 성숙한 관람 태도였다. 대형 야외 공연의 경우 차분하기 어려운 분위기지만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에 온 관객들은 실내 클래식 콘서트홀에 있는 것처럼 연주에 집중했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조차 일절 나오지 않았다. 이와 함께 온라인 생중계로 관람한 관객의 경우 연주가 끝날 때마다 채팅 창에 활발하게 댓글을 달았는데, 이것이 노천극장 무대 옆 영상에 중계돼 색다른 재미를 줬다.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은 국내 대표적 클래식 기획사 크레디아가 2010년부터 조수미, 정명훈, 요요 마, 미샤 마이스키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거쳐 갔던 크레디아 파크콘서트를 마무리하고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크레디아 프롬스의 첫 시작이었다. 당초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가 1년 만인 올해 성사됐다.

조성진은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함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연주했다. 크레디아

이번 공연의 오프라인 티켓은 크레디아가 지난 7월 중순 티켓을 오픈한 직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그리고 같은 달 하순부터 예매가 시작된 온라인 실황 중계 관람권 역시 5000매 이상 팔렸다. 지난해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한 전국투어의 마지막으로 ‘조성진 리사이틀-앙코르’ 공연의 온라인 관람권이 1만 매 정도 판매된 것보다는 적지만 이날 오프라인 관객 수까지 합하면 1만2000명이라는 만만치 않은 수치다. 조성진이 국내 클래식계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진 데다 한 공연에서 조성진이 협주곡을 두 곡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영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 공연을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 시작된 ‘프롬스’의 취지를 고려할 때 ‘크레디아 프롬스’의 티켓 가격(R석 11만원, S석 9만원, A석 7만원, 온라인 2만원)은 다소 높아 아쉽다. 또한 7000명을 수용하는 것에 비해 노천극장의 입·출구를 너무 적게 만들어 공연 직전과 직후의 혼잡이 매우 심했다. 여기에 안내 인력 역시 적어서 혼란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다행히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들의 성숙한 태도 덕분에 사고 없이 끝났지만, 내년부터는 주최측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