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감시용 IP(Internet Protocol) 카메라를 해킹해 수천명의 사생활을 엿보고 녹화, 유포한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황인성)는 최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3년간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2월부터 올 2월까지 7092회에 걸쳐 애완견 관찰용 또는 방범 목적으로 설치한 IP 카메라를 해킹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해킹한 IP 카메라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영상을 녹화해 컴퓨터에 저장하고 판매한 혐의도 있다.
IP 카메라는 인터넷에 연동된 소형 카메라로 촬영 중인 영상을 실시간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어 반려동물 감시용으로 흔히 쓰인다. 원격으로 카메라 각도를 조절하고 화면을 확대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방범용 또는 애완견 관찰용으로 집안에 설치한 IP 카메라의 정보통신망에 침입해 약 7000명이 넘는 일반인들을 훔쳐보고 촬영했다”면서 “이는 피해자의 사생활 평온과 인격권을 침해한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다수이고 범행 기간이 짧지 않으며 피해자 대부분에 대한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다만 피고인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확인된 피해자만 7000명이 넘어섰지만, 대부분은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피해 사실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논의 중이다.
IP 카메라 해킹 범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는 IP 카메라 1만2215대의 접속정보(ID·비밀번호 등)를 해킹, 이 중 264대에 접속해 피해자들의 사생활을 훔쳐보거나 관련 영상물을 저장한 40대 남성이 체포됐다. 이에 앞서 2017년에도 가정집, 학원, 미용실 등에 설치된 IP카메라 2600대를 해킹해 부부의 성관계 모습, 샤워하고 나오는 나체 여성 등 타인의 사생활을 엿본 30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범행 표적이 된 카메라는 초기 설정된 비밀번호를 그대로 둔 제품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IP 카메라 사용자들에게 제품 구입 당시 설정된 초기 비밀번호 등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피할 것을 조언한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한 비밀번호로 반드시 재설정한 뒤 수시로 변경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IP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끄거나 렌즈를 가려 놓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