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달장애 가정의 비극…자녀 살해 친모들 법정서 눈물

입력 2022-08-31 18:08
8살 발달장애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친모 A씨가 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평생을 지옥 속에서 그날의 기억을 갖고 남은 인생을 살아갈 죄인을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지난 3월 경기도 수원과 시흥 주거지에서 각각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친모 2명의 항소심 재판이 31일 잇따라 열렸다.

수원고법 2-2형사부와 2-3형사부는 이날 오후 704호 법정에서 살인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와 50대 B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A씨의 재판이 먼저 진행됐고 30분 후 같은 법정에서 B씨의 재판이 잇따라 열렸다.

A씨와 B씨의 범행은 같은 날 일어났다는 점뿐만 아니라 발달장애 자녀를 홀로 키우다가 생활고 끝에 자녀를 살해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A씨는 지난 3월 2일 오전 4시50분쯤 수원시 장안구 주거지에서 잠자고 있는 발달장애 아들(8)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다운증후군을 겪는 아들 양육에 대한 부담감에 아들을 살해한 후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혼모인 A씨는 반지하 월세방에서 홀로 자녀를 키우면서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생활해왔다.

A씨의 아들은 숨진 당일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은 A씨의 범행이 반인류적이라고 질책하면서도 홀로 아들을 양육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정 권고형량보다 낮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B씨는 A씨 범행일과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인 3월 2일 오전 3시쯤 시흥시 신천동 집에서 중증 발달장애인인 20대 딸을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다음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후 경찰에 자수했다.

갑상선암 말기 환자인 B씨는 남편과 이혼 후 딸과 단둘이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거동이 불편해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못했고 기초생활수급비와 딸의 장애인수당, 딸이 가끔 아르바이트로 벌어오는 돈이 수입의 전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A씨와 B씨는 모두 법정에서 눈물을 쏟으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제가 만인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흐느꼈다. 이어 “처음이자 마지막일 제 아이에게 중죄를 저지른 죄인, 평생을 지옥 속에서 그날의 기억을 갖고 남은 인생을 살아갈 죄인을 부디 용서해달라”고 했다.

B씨는 최후진술에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고인이 된 딸에게 사과한다. 자녀를 보호할 의무를 저버린 저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반성하고 있다”며 “사회에 나가게 된다면 반성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며 여생을 살겠다”고 울먹였다.

검찰은 유사한 두 사건에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도 “범죄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20일과 27일 잇따라 열린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