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한번 충전에 이틀은 거뜬’… ‘배터리 괴물’ 갤워치5 프로

입력 2022-09-01 06:00

갤럭시 워치5는 언뜻보면 전작인 워치4와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엑시노스 W920으로 동일하고, 메모리와 저장공간도 1.5GB와 16GB로 같다. 각종 측정 기능도 현재로선 동일하다.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신제품의 특징은 큰 변화보단 완성도를 높이는 쪽에 주력했다는 점이다. 워치는 라인업 구분을 좀 더 명확히 하면서 ‘갤럭시 생태계’의 일원으로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워치5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프로’ 라인업의 등장이다. 워치4까지는 일반 모델과 클래식 모델의 구분이 있었다. 클래식 모델에는 삼성전자의 고유한 사용자경험(UI)인 ‘회전 베젤’이 있었다. 워치5 부터는 클래식 라인업이 없어졌고, 덩달아 회전 베젤도 사라졌다. 차별화된 고유한 UI가 사라진 건 아쉽지만, 삼성전자는 같은 제품군의 UI의 통일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워치5 프로의 타겟은 뚜렷하다. 웨어러블 기기 활용을 많이 하는 젊은 남성 사용자다. 워치5 프로는 갤럭시 워치 시리즈 중 가장 큰 590mAh의 배터리 용량을 갖췄다. 무게도 46.5g으로 33.5g인 워치5보다 13g 무겁다. 두께도 10.5mm로 전체적으로 육중한 느낌을 준다. 성인 남성이 차기엔 무리가 없지만, 여성들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크기와 무게다.

배터리가 넉넉하다는 건 워치5 프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보통 스마트워치는 아침에 충전하고 하루 종일 쓰면 자기 전에 다시 충전을 해야 한다. 매일 충전하는 게 은근히 귀찮을 때도 있다. 또 잘 때 충전을 하면 수면관련 측정 기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워치5는 수면 패턴을 측정해 수면의 양과 질을 분석해 준다. 의학적 데이터로 쓸 정도는 아니지만, 잠을 어떻게 자고 있는지 대략적이라도 확인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일주일가량 워치5 프로를 사용해본 결과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하면 이틀 정도는 충전하지 않고 넉넉히 사용할 수 있었다. 워치5 프로를 손목에서 풀 때가 별로 없었다는 의미다.

아웃도어 활동이 많은 사용자라면 워치5 프로에만 있는 사용자 설정 경로 파일(GPX) 기능이 요긴하다. GPX는 러닝이나 트래킹을 할 경로를 미리 설정해 파일로 저장해두는 것이다. 워치5 프로에서 저장해둔 GPX를 실행하면 실시간으로 진동과 음성으로 길안내를 받을 수 있다.

워치5로는 혈압, 체성분, 심전도, 심박수, 혈중산소농도, 땀손실 등의 측정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워치5의 바이오액티브 센서가 전작보다 정확도 개선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정확도가 높아지면 헬스케어 기기로서 가치가 더 올라간다는 점에서 반가운 변화다.

워치5에는 숨겨진 비밀 무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온도센서다. 비접촉식 온도센서로 체온을 측정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수면, 운동, 건강관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못해 서비스는 막혀 있는 상태다. 정확한 서비스 개시 시기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드웨어 사양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가격은 3만원 인상됐다는 점은 아쉽다.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쓰는 보조적인 기기라는 점을 고려해도 아직 하드웨어 사양이 정체해도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