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정보라, 연세대 시간강사 기간 “퇴직금 달라”

입력 2022-08-31 16:27 수정 2022-08-31 16:29
소설집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 아작 제공

소설집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시간강사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연세대를 상대로 낸 소송 첫 재판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반면 학교 측은 정 작가가 요구하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3단독 박용근 판사는 31일 정 작가가 연세대를 상대로 5000만원의 퇴직금과 주휴·연차수당 등 각종 수당을 산정해 달라며 지난 4월 제기한 소송 첫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의 쟁점은 시간강사의 실질 노동시간을 어디까지로 보느냐다.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연세대 노어노문학과에서 시간강사로 일한 정 작가가 맡은 과목은 러시아어1(3학점), 러시아 문학(3학점), 러시아문화체험(3학점) 등으로, 학기 평균 9학점 수준이었다. 정 작가 측은 수업시간 외 업무를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해 학교 측으로부터 퇴직금이나 연차·주휴 수당 등에 대한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작가는 1개 수업 강의를 위해 실제 일한 시간은 한 학기 200시간이 넘는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학교에서 강의한 약 11년 전체가 퇴직금 산정 대상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정 작가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주 6시간 이상 강의를 했을 때 강의뿐 아니라 준비시간도 포함해야 한다”면서 “(정 작가는) 주 15시간 이상으로 초단시간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 측 주장은 강의 시간만 계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학교 측은 정 작가가 9학점을 강의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이기 때문에 11년 치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반박하고 잇다.

근로기준법과 근로퇴직자급여보장법에 따르면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노동자에게는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 학교 측은 시간강사 퇴직금 지급 규정이 담긴 강사법 시행 이후(2019년 2학기) 근로시간만 퇴직금 지급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학교는 또 일수로 환산 시 정 작가의 근무일은 64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작가가 연차수당으로 요구하는 20일은 근무일의 3분의 1에 해당해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정 작가는 공판 시작 전 법원 앞에서 연세대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그는 “저는 연세대로부터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시간강사, 비정규직의 현실”이라며 “평등한 대학사회 건설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간강사는 비정규직 근로자이지만, 대학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비정규직이니까 차별하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