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해체를 막아주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검찰의 언론 플레이”라며 김상열 전 호반건설 회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 의사를 밝혔다.
곽 전 의원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뇌물 수수 혐의 공판에서 김 전 회장과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검찰 조서를 부동의한다는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은 이 사건 피고인인 남욱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와 했던 증언에 대해 “어느 정도가 사실인지, 곽 전 의원이 관여한 게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남 변호사는 지난 5월 법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상도 형이 하나은행 회장에게 전화해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줘 우리가 선정될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5년 호반건설 측에서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새로 꾸리기 위해 하나은행 측에 접촉했는데, 곽 전 의원이 당시 하나은행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이미 화천대유와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꾸린 상태였다.
화천대유 말단 직원이었던 곽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는 지난해 퇴사하면서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성과급으로 받았는데 검찰은 병채씨를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의 우회 통로로 보고 있다.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에 로비했다는 게 일반인들의 시각”이라며 “저희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두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도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검찰 조서는 내용이 거두절미되고 생략된 부분이 많다. 기록만 보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돼 정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제가 김정태 전 회장에게 청탁했다는 언론 플레이로 기자들이 검찰발 기사를 썼다”며 “이 재판에서 이런 것들을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다만 재판부는 “재판을 하고 있는데 일반인 인식을 검찰조서 부동의 이유로 말씀하시는 것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