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주호영 비대위’ 효력 정지 결정을 한 데 대해 “사법의 정치화”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며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당권주자로 꼽히는 나 전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서 “재판이 늦어지는 것을 보고 불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황당한 재판 결과가 나왔다. 어이없는 상황, 놀라울 뿐”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하에 주요 형사, 신청 재판장을 대법원장 코드와 맞는 판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세간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게 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에 처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비상상황이냐 아니냐 판단은 정치 판단이니 정당이 판단할 부분이다. 그런데 그것을 법원이 판단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모 판사는 이의신청 심문기일을 추석 이후인 (9월) 14일로 정했으니 이의신청 재판도 꽤 오래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당은 사법의 정치화로 고약한 외통수에 걸렸다. 한마디로 황모 판사의 그림대로 디자인되게 됐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추가 가처분 신청과 주호영 의원의 강제집행 정지 신청에 대해선 “같은 재판부가 판단하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나 전 의원은 “지금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정권교체는 안 됐다”면서 그 예로 “이번 재판으로 본 정치사법, 민주당에 의한 의회 장악, 민노총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부 언론, 물러나지 않은 공공기관장들”을 들었다.
그는 “민주당이 든 ‘빠루’를 우리 당이 들었다고 ‘빠루정당’ 운운하고 ‘양두구육’ 하면서 대통령을 폄훼하는 당대표와 어찌 마음을 열고 국가 현안을 논의하겠나”라며 이 전 대표 책임론을 재차 제기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파탄난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데 정치재판으로 인해 비대위 구성은 물론 빠른 전당대회도 녹록지 않다”며 “결국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들 내려놓고 멈추는 방법밖에 없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며 권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가 모두 물러나고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해 당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