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 웃고 있다” 마약 사건, 女종업원 마지막 녹취

입력 2022-08-31 05:44 수정 2022-08-31 10:00
서울 강남경찰서. 뉴시스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술자리 도중 남성 손님에게서 마약을 탄 술잔을 받아 마신 여성 종업원이 마약류에 중독돼 사망한 사건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경찰은 당시 동석자 3명을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종업원 A씨는 숨지기 직전 녹음한 대화에서 “‘맛이 왜 이래’라고 했는데 앞에 언니들 웃고 있었다”고 말한 게 결정적 단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0일 사건 당시 동석했던 남성 2명, 여성 1명 등 손님 3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5일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20대 남성 손님 B씨가 술잔에 마약을 타는 것을 보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앞서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당시 술자리에는 손님 4명과 종업원 2명이 동석했다. 필로폰을 탄 술을 마신 30대 여종업원 A씨는 당일 자택에서 숨졌다. B씨는 인근 공원에 세워둔 차량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 따르면, 두 사람은 모두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중독’으로 사망했다.


JTBC는 이날 동석자의 피의자 전환에 숨진 여종업원 A씨가 남긴 마지막 녹취가 결정적 단서가 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숨지기 전 녹음한 대화에서 “벌잔에 걸렸으니까 게임에서 내가 ‘이거 좀 이상한 거 같아, 맛이 왜 이래’ 이런 식으로 그랬더니 앞에 언니들 웃고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

당시 동석자들에게서는 마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이 A씨가 마신 술잔에 마약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로 전환된 동석자 3명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고 사건의 전말을 파악 중이다.

숨진 A씨는 술자리가 끝날 무렵 함께 있던 다른 종업원에게 “원래 저 약 먹이기로 약속했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손님들이 건넨 술이 이상하다고 느낀 탓이었다. 유흥주점 매니저에게는 “약 먹였어요. 진짜 확실해요. 100%”라며 “그러니까 그다음에 파트너 앉히면 ‘이번에 내가 약 먹여볼게’ 이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동생과 통화에서도 “사람이 제정신 아니게 갑자기 기침하고 옷에 다 물이 묻고, 입에서 코에서 막 물이 나왔다”고 했다. 또 당시 동석자들의 반응이 이상했다며 “입에서 막 물이 흐르고 그랬는데 앞에서 언니들 웃고 있더라”고 말했다. A씨는 결국 3시간 뒤 마약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당시 동석했던 종업원은 A씨 가족에게 “그러니까 약간 몰아가는 식으로 ‘너 안되겠다. 술 먹여야겠다’ 이러면서 ‘게임을 하자’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A씨에게) 먹인 것”이라고 털어놨다.

앞서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등 4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다른 1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B씨에게 필로폰을 판매하는 등 마약 공급책 또는 유통책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과 함께 검거된 1명도 지난달 구속 송치되면서 강남구 유흥주점 사망 사건에 연루된 마약사범들은 모두 검찰로 넘어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