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 “대중이 디즈니 음악으로 클래식과 가까워지길”

입력 2022-08-31 05:00
피아니스트 랑랑. 유니버설 뮤직

“모두가 사랑하는 디즈니 음악을 통해 전 세대가 클래식 음악과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40)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음악들을 편곡해 피아노곡으로 재탄생 시켰다. 독일 베를린에 머무는 랑랑은 30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내달 16일 발매되는 ‘디즈니 북’(The Disney Book)에 대해 “오랫동안 꿈꿔온 앨범이자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들려주고픈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디즈니 북’은 디즈니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도이치 그라모폰과 디즈니 뮤직 그룹이 손잡고 발매하는 음반이다. ‘백설공주’ ‘아기돼지 삼형제’ ‘피노키오’ 등 초창기 작품부터 ‘코코’ ‘겨울왕국’ ‘소울’ ‘엔칸토’ 등 최신작까지 폭넓게 담겼다. 스티븐 휴, 나탈리 테넨바움, 랜디 커버 등 세계 정상급 편곡자들이 참여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27곡을 클래식한 피아노곡으로 편곡했다.

“디즈니 음악은 모두가 알 정도로 친숙하다보니 피아노 곡으로 만드는 게 쉽지 않았는데요. 이번 앨범이 피아노로 연주한 배경음악으로 여겨지지 않길 희망합니다. 저는 디즈니 음악이 쇼팽, 드뷔시, 라흐마니노프 같은 유명 클래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곡이 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편곡을 비롯해 녹음까지 4년이 걸리는 등 쉽지 않았습니다.”

흔히 크로스오버는 클래식 음악을 팝 스타일로 바꾸는 것인데, 이 음반은 정반대의 경우다. 랑랑은 이날 인터뷰 도중 피아노 연주를 해 보이며 원곡들에 어떤 느낌으로 해석했는지 보여줬다. 예를 들어 ‘정글북’은 모던재즈, ‘라이온킹’과 ‘덤보’는 드뷔시, ‘겨울왕국’은 라흐마니노프, ‘소울’은 재즈 스타일로 각각 편곡돼 원곡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랑랑은 “예전에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신을 가지고 녹음을 했는데, 이번 앨범은 녹음한 뒤 악보를 절반 이상 새롭게 고쳤다”면서 “이번 작업에서 좋았던 부분은 악보에서 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이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수많은 곡이 나오기 때문에 이번 앨범에 넣을 곡들을 선정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웃었다.

‘디즈니 북’에는 세계적인 보컬리스트들도 여럿 참여했다.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타잔’의 주제곡 ‘You'll Be In My Heart’를 불렀으며, 올해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인 싱어송라이터 존 바티스트가 ‘소울’의 ‘It's All Right’을 랑랑과 함께 함께 연주하면서 노래했다. 또 랑랑의 아내이자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인 지나 앨리스는 ‘피노키오’ 주제가 ‘When You Wish Upon A Star’를 영어와 한국어로 불렀는데, 이 곡은 랑랑 부부가 지난해 태어난 아들에게 헌정했다. 랑랑은 “우리들은 누구나 디즈니의 곡을 접하는 순간이 있다. 내 경우 ‘아기돼지 삼형제’에 나오는 곡이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라이온킹’ ‘토이스토리’ ‘코코’를 좋아하게 됐다. 우리 아들의 경우 현재 ‘아기돼지 삼형제’의 곡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디즈니 북’은 랑랑 국제음악재단의 음악 교육 프로젝트 일환으로 2019년 발매된 ‘피아노 북’과 궤를 같이한다. ‘피아노 북’이 랑랑의 음악 여정에서 의미 있는 곡들을 모아 젊은 음악가들을 격려하는 프로젝트였다면 ‘디즈니 북’은 디즈니 음악을 통해 일반 대중이 클래식 음악과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랑랑이 2008년 미국에서 세운 랑랑 국제음악재단은 전 세계에서 피아노에 대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전문적인 피아니스트가 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음반 덕분에 초등학생 등 어린아이들을 만났을 때 좀더 소통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동안 어린아이들이 제게 디즈니 노래들을 연주해 달라고 했을 때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게 ‘겨울왕국’ 뿐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랑랑의 한국 공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빠르면 올해가 될 수도 있지만, 내년 여름 정도가 유력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