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30일 위기 상황 수습을 위해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재차 결의했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던 1차 비대위의 문제점을 해결한 2차 비대위를 통해 ‘자중지란’ 늪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번 결정과 관련해서도 당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며 비대위 구성에 반대하고 있다.
당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도 비대위 출범의 필수 절차인 전국위 소집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꺾지 않고 있다.
의총 결의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강대강’ 충돌이 이어진다면 추석 전 새 비대위 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출범과 권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의총에는 국민의힘 전체 의원 115명 중 87명이 참석했으며, 66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윤상현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권 원내대표가 리더십과 동력, 명분이 없기 때문에 새 원내대표가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도 권 원내대표를 겨냥해 “(당이 혼란에 빠지게 된) 원인 제공자가 사태를 수습하는 책임자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병수 의원은 의총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신임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의총 직후 “새 비대위를 만드는 것 자체는 법원에 운명을 맡기는 것이니까 굉장히 불확실하고 위험이 많다”며 “자체적으로 최고위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 저는 그편이 훨씬 더 낫고 그게 법원의 판단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의총에서 새 비대위 구성에 대한 찬반 표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초·재선 의원들은 각각 성명을 내고 이날 의총에서 결의한 내용을 한마음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재선의원들은 비대위에 반대하는 일부 중진의원들을 겨냥해 “대안도 없이 당을 흔드는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자제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별로 의원들이 대립하는 구도도 형성된 것이다.
친윤(친윤석열)계 내부의 균열 조짐도 감지된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출범했지만 7월 말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사퇴가 있었다”며 “곧바로 비대위 전환을 요구하는 당 소속 의원 수십 명의 연판장까지 돌았다”고 말했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의 주도로 초선 의원 32명이 “신속한 비대위 전환을 촉구한다”는 연판장을 돌렸던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들 초선의원들에게도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1차 비대위 구성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친윤계 의원들은 권 원내대표의 사퇴론에 대해선 침묵을 지켰다.
유력 차기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당의 리더로 나서려고 하는 의원이 의총 결과를 뒤집는 발언으로 혼란을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며 “그것은 지도자의 처신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새 비대위에 반대 입장을 밝힌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는 서 의원을 설득해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열 계획이다.
당 지도부는 서 의원이 전국위 소집에 불응하고 버틸 경우 전국위 부의장 주재 하에 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