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 해이가 부른 최영함 ‘통신 두절’ 사태…위성전화번호도 몰랐다

입력 2022-08-29 20:40
2021년 11월 12일 해군 '최영함'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출항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해군 구축함 ‘최영함’의 통신이 수시간 동안 끊겼던 사건은 군 기강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시 보고 체계도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최영함은 지난달 5일 새벽 태풍을 피해 흑산도 서쪽 지역에서 항해하던 중 위성통신 장애로 0시28분부터 4시29분까지 통신이 두절됐다.

해군 관계자는 “당시 기동하는 과정에서 함정 자체 구조물에 의해 전파 송수신이 차단돼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며 “인지 이후 대체 통신망으로 전환하거나 기동 방향을 변경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해역을 관할하는 3함대는 0시47분쯤 최영함의 통신망 이탈을 확인하고 가용 통신망 등을 통해 교신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3함대는 2시49분쯤 해군작전사령부에 최초 상황을 보고했다.

특히 3함대 육상 상황실은 예비 위성전화로 최영함과 통신을 시도했으나, 최영함의 최신 번호를 갖고 있지 않아 교신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영함은 지난 5월 청해부대 파병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후 새롭게 할당받은 위성전화 번호를 상급부대에 제대로 전파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군 관계자는 “근무 기강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돼 관련자를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상부에 즉각 보고되지 않아 ‘보고 누락’ 논란도 일었다. 해군작전사령관은 상황 종료 후 3시간 만인 7시45분 해군참모총장에게 지휘보고를 했으나, 합참에는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

해군 관계자는 “당시 해군 차원에서 조치 가능한 문제로 판단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위성통신 관련 보고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도 “이런 상황에서 합참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앞으로는 보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보고 체계를 전반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