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추락 공군 조종사, 스리랑카 근로자가 구해

입력 2022-08-30 00:03
지난 12일 서해상에서 작전 수행중 추락한 공군 전투기에서 탈출한 조종사 2명을 인근 김 양식장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근로자 3명이 처음 발견해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안산시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는 딜립, 자뚜랑그, 루완 등 3명이 그 주인공이라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바다에 추락한 조종사들을 배로 구조하는 모습. 안산시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 제공.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시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공군 전투기가 추락했다. 당시 사고 전투기에 탑승한 조종사 2명은 비상탈출에 성공했지만 추락 여파로 크게 다친 데다 밧줄에 뒤엉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있던 이들을 인근 양식장에서 일하고 있던 스리랑카 근로자들이 구조했다는 사실이 29일 뒤늦게서야 알려졌다.

스리랑카 근로자 한 명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이 사연이 알려지는 발단이 됐다. 그 글을 안산시외국인상담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직원이 보게 됐고, 이를 들은 안산시외국인상담지원센터가 공식 확인한 것이다.

3년 전 한국에 온 자뚜랑그(30)·루완(31)씨와 4개월 전 입국한 딜립(34)씨는 사고 당일 화성시 제부도 인근 바닷가에 있는 김 양식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때 눈으로 확연히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상공에서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갔다.

이들은 비행기 뒷부분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추락을 직감했다고 한다. 조종사 2명이 비상탈출하는 것을 목격한 이들은 곧바로 배를 몰고 추락지점으로 향했다. 그들이 일하는 곳에서 500여m 떨어진 다른 김 양식장에서 비상탈출한 조종사들을 발견했다.

조종사들은 낙하선 밧줄과 김 양식장 밧줄에 엉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조종사 1명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다른 1명도 골절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고 한다. 스리랑카 근로자들은 김 양식에 쓰는 도구로 서둘러 밧줄을 끊고 풀어서 조종사들을 구출했고, 가까운 방죽으로 옮겼다.

이후 해양경찰청 소속 헬리콥터를 발견한 조종사 1명이 조종복 안에 있던 연막탄을 찾아달라고 요청하자 자뚜랑그씨가 이를 찾아 건네줬다. 조종사는 구조헬기가 볼 수 있도록 연막탄을 쏠 수 있었고, 이들은 무사히 항공우주의료원에 이송됐다.

지난 12일 서해상에서 작전 수행중 추락한 공군 전투기에서 탈출한 조종사 2명을 인근 김 양식장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근로자 3명이 처음 발견해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안산시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는 딜립(왼쪽 첫 번째), 자뚜랑그(오른쪽 두 번째), 루완(오른쪽 첫 번째) 등 3명이 그 주인공이라고 29일 밝혔다. 안산시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 제공.

권순길 안산시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장은 28일 이들을 센터로 초청해 구조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권 센터장은 “이들이 ‘낙하산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보면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스리랑카 근로자들은 지난해 3월 전곡항에서 낚싯배 해성호가 침몰했을 당시에도 배에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데 도움을 준 바 있다. 권 센터장은 “이들이 인명을 구하는데 앞장선 것은 우리 사회에 큰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