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소속 한 군악대에서 군악대장이 병사들에게 수시로 폭언을 하고 폭행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55사단 군악대 소속 병사 22명 대부분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대장인 A소령에게 일상적인 인격 모독과 폭언 등을 겪었다”며 “폭행을 당한 병사도 많다”고 주장했다.
센터 조사에 따르면 A소령은 콘서트 안무 연습 중 한 병사의 춤이 마음에 들지 않자 다른 병사들 앞에서 “몸에 장애가 있는 게 아니냐”고 발언했다. 지난해 훈련 중 부상으로 목발을 짚게 된 병사들에게는 ‘목발 동호회’라고 조롱했다고 한다. 다른 병사에게는 “가방끈이 짧은 게 티가 난다”며 학력을 조롱거리로 삼았다.
신체적 폭행을 가한 경우도 있었다. A소령은 지난 4월 한 병사가 속옷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너는 구타유발자”라며 병사의 팔을 수차례 가격했다고 센터 측이 주장했다.
A소령의 지속적 괴롭힘은 이달 초 한 병사가 본부대장에게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부대 내에 알려졌다. 본부대장은 병사들이 정리한 피해 사실을 취합해 참모장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정식 수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참모장 보고를 받은 사단장은 군사경찰이 수사할 만한 일이 아니라며 수사 대신 감찰 조사를 지사했다는 것이다. 군악대장이 보고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을 신고한 병사들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신고자 보호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육군은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피해자 보호 의무를 방기한 사단장 등에게 엄중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에게도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