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오는 10월 부산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무료 콘서트를 연다고 발표한 뒤 공연 장소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다.
특설무대가 설치될 부지가 연계 대중 교통수단이 부족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공연 장소로 적절치 않다는 논란이다. 10만명 규모 공연에 몰릴 인파를 고려할 때 교통 대란은 물론 안전사고 가능성도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BTS 콘서트 ‘<옛 투 컴>(Yet To Come) 인 부산(in BUSAN)’의 개최지로 낙점된 곳은 부산 기장군 일광면의 옛 한국유리 부지다. 이곳에서 열릴 BTS의 대면 공연은 역대 부산에서 열린 행사 중 최대 규모인 10만명으로 추산된다.
BTS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이곳이 전문 공연장은 아니지만, 부산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공연이 가능한 곳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 주최 측은 부산시와 함께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등 여러 곳을 공연 장소로 검토했으나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점, 특설무대를 버틸 지반을 가진 점을 근거로 이곳을 공연 장소로 낙점했다.
“면적이 4만3000평에 달해 관람객 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동해선 일광역과 15분 거리인 접근성을 고려했다”는 게 주최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부산 시민들이나 팬들의 반응은 상반됐다. 주요 교통수단과 해당 공연장까지 거리가 먼 데다 대중교통 수단도 부족해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이곳은 김해공항과 38㎞ 떨어져 있으며, KTX가 이용 가능한 부산역과는 35㎞, 울산역과는 51㎞ 거리다.
자신을 부산에서 30년간 거주한 부산시민이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저곳은 어쩌다 가끔 드라이브 가는 조용한 어촌 마을”이라면서 “지리상 안쪽에 있어 숙박업소와 먹거리는커녕 화장실조차 전무하다. 엑스포 개최를 위한 부산 지역 홍보가 공연의 목적이라면 개최 취지에 전혀 맞지 않은 곳”이라고 주장했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통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지역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안 그래도 피서철이라 매 주말 해운대에서 기장군 가는 길이 막혀서 난리인데 콘서트 당일은 안 봐도 교통 대란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광신도시 주민이라고 밝힌 다른 회원은 “저 근방에 경전철 일광역 하나뿐이다. 버스 노선도 극소수고, 무엇보다 왕복 2차선 도로라 주말이면 근방 도로는 온종일 차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 “임시 도보를 만든다고 하지만 10만명이 이동하려면 하룻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 “왕복 2차선 도로에 10만명이 몰리다니” “본래 공연장이 아니라 완전 흙바닥인 곳” “절대 대규모 인원이 올 수 없는 교통 여건” 등의 반응이 잇달았다.
BTS 팬들의 우려도 크다. 현지 숙박업소들의 바가지요금 등에 시달린 팬들 사이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 대절 버스 수요를 파악하거나 인근 지역인 창원이나 마산에 숙소를 예약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BTS 팬클럽 ‘아미’의 한 회원은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인 만큼 꼭 직관할 생각이지만 숙소를 예약하지 못해 걱정”이라며 “게다가 공연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곳이라고 들었다”라고 우려했다. 다른 회원은 “팬들의 편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장소 선정”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이 같은 논란에 주최 측과 긴급회의를 열어 항공, 철도, 대중교통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인천~김해 간 항공편을 비롯해 동해선, 부산도시철도 등을 대대적으로 증편하는 한편 주요 도시철도역인 장산역, 구서역, 안평역 등지에서 공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운행도 검토하고 있다.
박근록 부산시 2030부산엑스포 유치기획과장은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BTS 팬들에게 ‘왜 공연 장소를 이런 곳으로 선택했느냐’는 취지의 항의가 굉장히 많이 왔다”면서도 “장소 수용성과 안정성을 종합해 이곳을 선택한 것”이라고 선정 사유를 설명했다.
폭 100m 이상의 무대를 설치해야 하고, 100t급 크레인도 들어가야 하는데 선택지로 고려됐던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등은 하중을 이길 지반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곳들의 경우) 공연 전에 폭우라도 오면 행사를 취소해야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박 과장은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들의 안전”이라며 “10만명의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주최 측이 초대형 공연을 많이 해온 만큼 이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교통 문제가 중요할 텐데, 항공편과 KTX 증편 등 모든 동선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경찰청을 비롯해 여러 시 기관들이 중지를 모아 좋은 안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