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임기 첫날인 2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친문(친문재인) 껴안기’로 당내 통합 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회동에서 친문과 친명(친이재명) 간 화합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1시간가량 대화했다. 이 자리에는 신임 최고위원 5명과 박홍근 원내대표, 박성준 대변인 등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께서 ‘축하한다’는 덕담을 해주셨고 민주당이 앞으로 갈 길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셨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환담 자리에서 이번 전당대회 기간에 불거진 친명계와 친문 진영 간 갈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변인은 “(최근) 친명이냐, 반명(반이재명)이냐 하는 얘기가 있지 않았냐”면서 “문 전 대통령이 ‘친문 지지자들과 이 대표 지지 그룹은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우리(친문과 친명)가 99%의 같은 지지층을 공유하고 있는데 (나머지) 1%에서 경쟁이 생겼을 때 앙금이 생긴 것 같다”며 “갈등이 부각된 측면이 있는데, 정치는 1%까지 품고 가야만 민주당이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이에 동의했고, 최고위원들도 “우리는 모두 친문”이라고 화답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정부와 여당이 잘하고 있지 못하니 이 대표가 나서서 희망과 지지를 얻어야 한다”며 민생을 강조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 소음에 따른 어려움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취임 첫날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당내 계파 갈등을 수습하고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선거 기간에 불거진 비명(비이재명)계와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8일 당선된 뒤 최고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우리는 다 친문이고 나뉘어 있지 않다. 저도 그렇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