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다. 한국 배터리 업체가 일본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만들기는 처음이다.
두 회사는 29일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에서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을 가졌다. 합작법인 지분율은 LG에너지솔루션 51%, 혼다 49%다. 총 5조1000억원을 투자해 미국에 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현재 공장 부지를 검토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5년 말부터 파우치 배터리셀 및 모듈을 양산할 계획이다. 생산한 배터리는 혼다 및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 전기차 모델에 공급한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상위 7위권에 속하는 혼다는 일본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 전환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전동화 전환에 48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종료하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만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혼다가 파나소닉 등의 일본 배터리 업체가 아닌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하는 걸 두고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일본 기업의 경우 자국 브랜드 부품 및 협력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혼다가 먼저 LG에너지솔루션 쪽에 합작법인 설립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 밀도, 출력, 수명 등에서 완성도 높은 배터리를 양산한 경험을 갖고 있어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가 높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협업을 계기로 다양한 일본 기업과의 협력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게 됐다. 일본이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할 경우 이번 협력이 선제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