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대통령 성공 바란다, 영수회담 하자”…“독주하면 싸우겠다”

입력 2022-08-29 17:2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취임 일성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공식 요청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와의 협력 의사를 밝히는 동시에 강력한 견제도 시사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처음으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의 후퇴를 막고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며 “윤 대통령께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정부와 윤 대통령께서 성공하길 바란다. 협력할 것은 철저하게 협력하겠다”면서 “그러나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협하는 퇴행과 독주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며, 그럴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지난 9일과 28일에 이어 세 번째다. 협력을 강조함으로써 정부·여당의 ‘발목 잡는 야당’ 프레임에 빠지지 않는 동시에, 169석 거대 야당을 이끄는 ‘원톱’이자 직전 대선 경쟁자로서 윤 대통령과 정치적 체급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 대표 입장에서는 내부 권력 투쟁으로 당대표조차 없는 집권 여당과 대화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카운터파트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거부하면 민생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고, 영수회담이 성사되면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더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카드”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이 ‘이 대표와의 만남을 포함한 야당과의 협치에 대한 생각’을 묻자 “여야가 경쟁도 하지만 국익과 민생을 위해서는 하나가 돼야 한다”며 “야당을 포함해 국회와 함께 일을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늘 그런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다만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이 성사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일대일로 만나는 것보다는 양당 대표와 함께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단독 회담보다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국민의힘 지도부 공백 사태로 인해 당장 회동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윤 대통령의 축하 난을 30일 이 대표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영수회담 제안에 관한 대통령실의 입장이 전해질지 주목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밝혔지만, 최고위원들은 김건희 여사를 고리로 강력한 대여 공세를 펼쳤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검찰과 경찰이 계속 김 여사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다면 민주당은 국민의 뜻에 따라, 법에 따라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김건희, 김핵관(김 여사 핵심 관계자)이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경찰이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고발당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을 두고도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취임 첫날 곧바로 조여 오는 사정의 칼날에 담긴 정치적 목적이 섬뜩하다”며 “윤석열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한 경찰의 행태가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최승욱 문동성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