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강도살인’ 용의자, 신상공개 여부 내일 결정

입력 2022-08-29 16:25 수정 2022-08-29 17:27
사건 당시 경찰이 배포한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 용의자 몽타주.

21년 전 대전의 국민은행 주차장에서 은행 직원 1명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 용의자 2명의 신상 공개 여부가 30일 결정된다.

대전경찰청은 29일 “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름과 얼굴을 공개할지 내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위원회를 외부 전문가 등 7명으로 구성해 용의자 신상 공개 요건에 부합하는지 판단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인 경우, 범행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4가지 요건에 대해 검토한다.

2001년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지난 27일 대전지방법원에서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 용의자는 이날 밤 구속됐다. 연합뉴스

이 사건은 2001년 12월 31일 대전 도심 한가운데서 발생했다. 용의자들은 복면을 쓴 채 이날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국민은행 둔산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 현금 수송 차량을 습격했다.

이들은 차량에서 돈 가방을 들고 내리던 은행 출납과장 김모씨와 보안업체 직원을 권총으로 위협하며 돈가방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공포탄을 발사한 뒤 저항하는 김씨에게 실탄을 쐈고,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지 30분 만에 숨졌다.

경찰은 용의자를 추적했지만, 현장에서 범인들의 지문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범인들은 복면을 쓰고 범행 차량 유리창까지 3중으로 선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사건이 발생했던 지하주차장에는 CCTV 영상도 없어 보안업체 직원 등의 진술을 토대로 20~30대 남성이라는 것만 추정할 수 있었다.

당시 범인들이 범행에 사용한 권총이 경찰관이 사용하는 총기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총기 출처에 대한 관심도 집중됐다. 경찰은 이 권총이 사건 2개월 전 순찰 중 피습당한 경찰관이 소유하던 총기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은행강도 사건은 물론 총기 탈취 사건의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경찰은 운전기사와 보안업체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20∼30대 남성이라는 것을 추정했으나 범인을 특정할만한 단서를 찾지는 못했다. 그러다 이듬해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20대 남성을 비롯해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이들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의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고 주장했고, 증거불충분 등으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이어온 대전경찰청은 지난 25일 사건 현장에 있던 유전자(DNA)와 일치하는 유력 용의자인 A씨 등 2명을 붙잡았다. 현장에서 남아있던 손수건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손수건은 용의자들이 얼굴을 가리는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 손수건에 있던 유전자를 재수사중이던 2018년 확보해 보관해 왔었다.

검거된 이들은 이전에 용의선상에 올랐던 인물들과는 다른 이들이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음달 1일 브리핑을 열고 체포 경위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