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은 한·미가 원하고 기대하는 시기가 아닐 것’이라는 러시아 한반도 전문가 발언을 보도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시기에 관한 언급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과학원 동방학연구소 한국·몽골과장이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 남조선(남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론초프 과장은 인터뷰에서 “워싱턴과 서울은 저들의 급진적인 행동을 변명할 구실을 찾기 위해 모지름(안간힘)을 쓰면서 북한이 핵무기 시험을 진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론초프 과장은 특히 한·미가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기정사실처럼 매우 확신성 있게 떠들고 있으며 구체적인 날짜까지 짚고 있다”며 “상대방이 원하고 기대하는 시기는 절대로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복구해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 핵실험 시기를 두고 북한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 또는 11월 8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 등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보도에 대해 ‘핵실험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을 높임으로써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북한에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자신들의 ‘패’를 한·미 당국에 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앞서 몇 번은 핵실험을 실질적으로 준비했을 것”이라며 “그게 미국 정보당국에 의해 파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상대방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핵실험을 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러시아 전문가를 인용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한 방식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인용 보도 방식’에 대해 “북한·러시아 공동전선을 형성하면서 자신들의 메시지에 신뢰성을 부여해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평가했다.
또 “본인들 입으로 거칠게 대남 비난을 해오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메시지 발신을 다변화하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보론초프 과장은 인터뷰에서 대북전단을 남북 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그러한 도발이 계속되면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경계선에서 서로 사격하는 등 상황이 이러저러한 충돌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