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흥신솝니까…‘사실혼 배우자도 친족’ 논란

입력 2022-08-29 16:44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동일인(총수) 친족 범위에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두고 제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혼 배우자·혼외자 존재 자체가 은밀한 사생활의 영역이라 인지하기 쉽지 않고 사실혼 배우자의 친족은 특수관계인 범위에서 빠져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 조정 등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 중이다. 개정안 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 범위에 포함토록 한 부분이다. 공정위는 총수와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 법률상 친생자(혼외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친족 범위에 포함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규제 사각지대 보완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상법, 국세기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 상당수 국내 법률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미국 증권법, 영국 회사법 등도 사실혼 배우자를 특수관계인으로 포함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사실혼 배우자와 혼외자는 존재 자체만으로 ‘감추고 싶은’ 사생활 영역이다. 정부가 인지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률상 친생자는 가족관계등록부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처럼 본인이 직접 밝히지 않는 한 사실혼 여부를 알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최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은 내년 대기업집단 지정 때부터 친족 범위에 포함될 전망이다.

사실혼 배우자의 부모나 형제 등 사실혼 배우자의 가족은 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들을 통한 동일인의 사익편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 사실혼 배우자의 친족은 동일인의 친족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정책은 사전 규제 성격”이라며 “사각지대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를 설계하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도의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사실혼 배우자의 가족이 포함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혼 배우자도 친생자가 있는 경우만 동일인 친족으로 인정하는 식으로 제한을 뒀는데 굳이 친척까지 다 포함할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에서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기업집단이 고의로 사실혼 배우자나 혼외자 관련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지정 자료 허위 제출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