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높은 사람, 하루 소주 2~3잔에도 담도암 위험 ‘쑥’

입력 2022-08-29 15:53
국민일보 자료사진


혈당이 높은 사람은 술을 멀리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당뇨 전단계나 당뇨병인 사람은 하루에 맥주나 소주 2~3잔 정도만 마셔도 치명적인 담도암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홍정용 교수, 고려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박주현 교수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952만629명을 분석해 “혈당이 정상인 사람들과 달리, 전당뇨병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은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담도암 발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29일 밝혔다.

담도암은 담관과 담낭에 생기는 암으로, 평균 생존율이 12개월에 불과할 만큼 예후가 안 좋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연구 대상자의 평균 나이는 47세로, 평균 추적 관찰 8.2년 동안 2만1079명이 담도암을 진단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음주 습관과 혈당 상태를 기준으로 상관 관계를 짚었다.

그 결과 나이와 성별,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흡연력, 활동량, 콜레스테롤 수치, 간섬유화 정도 등 담도암 발병에 영향을 줄만한 요소들을 반영해 분석했을 때 전당뇨병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소량의 음주 자체가 담도암 발병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담도암 발병 위험을 키우는 데 알코올이 더해지면서 이런 위험이 배가된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근육, 지방, 간이 인슐린에 잘 반응하지 않고 음식 등을 통해 섭취된 포도당을 에너지로 잘 흡수하지 못해 혈액에 당이 많아지는 현상이다.

특히 전당뇨병처럼 혈당이 경미하게 높은 경우에도 아주 적은 양의 음주가 담도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공복 혈당 100㎎/㎗ 미만으로 정상 혈당이면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기준으로 비교했더니 전당뇨병(100㎎/㎗이상 125㎎/㎗이하)인 사람은 하루 음주량이 소주 2~3잔(알코올 30g미만)에 해당하는 경도·중등도 음주 때부터 담관암 발병 위험이 20% 높아졌다. 같은 양을 마실 때 당뇨병 환자(126㎎/㎗이상)의 경우 발병 위험이 58%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일 알코올 기준 30g 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를 지속하는 경우에는 이런 위험이 더 치솟았다. 고위험 음주 시 담관암 발생 위험은 전당뇨병 환자에서 46%, 당뇨병 환자는 104%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담낭암 역시 마찬가지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전당뇨병이나 당뇨병 있는 사람들이 음주를 시작하는 순간 담낭암 발병 위험은 각각 18%, 45% 올랐다. 고위험 음주를 하면 전당뇨 환자는 43%, 당뇨 환자는 65%까지 담낭암 발병 가능성이 증가했다.

홍정용 교수는 “전당뇨병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이 담도암을 예방하는 첫 걸음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라며 “혈당이 높은 경우에는 조금 마시는 건 괜찮겠지 여기지 말고 술을 아예 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