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작가’로 불리는 김병종(69) 화백의 40여년 작품 진수를 볼 수 있는 특별전이 전북 남원에서 열린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개관 5주년을 맞아 ‘김병종 40년, 붓은 잠들지 않는다’를 주제로 내달 2일부터 내년 10월29일까지 14개월간 특별전을 연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선 서울대 미술대 학장을 지낸 김병종 화백이 198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화폭에 그려온 회화 세계를 모두 4부에 걸쳐 선보인다. 전시작품 수만 200여점에 이른다.
11월13일까지 이어지는 1부에는 ‘화홍산수, 송화분분(松花紛紛), 풍죽(風竹)’이 자리한다. 이 작품들은 모두 생명이라는 주제 아래 그려진 연작들이다. 작가는 1990년부터 10년 단위로 이들 제목으로 생명의 귀함, 생명으로부터 받는 위로, 생명에 대한 예찬을 들려주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내년 2월26일까지 이어지는 2부에선 ‘바보 예수, 상선약수(上善若水)’가 펼쳐진다. ‘바보 예수’는 ‘바보로 보일 만큼 착하기만 한’ 예수를 수묵화로 담아낸 작품이다. 국내·외에서 여러 이슈를 불러일으켰고 특히 유럽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3부 ‘숲으로’ 전시(내년 3월21일∼6월25일)는 자연을 소재로 한 생명 시리즈 부분으로 이뤄진다. 작가의 유년기 기억이 대담한 붓질로 발현돼 표현된다. 영국 대영박물관과 캐나다 온타리오 뮤지엄에 소장될 만큼 현대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여운과 정서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들이 대거 선보인다.
마지막 4부(내년 7월4일 시작)의 주제는 ‘길 위에서-남미부터 북아프리카까지’이다. 작가가 남미와 북아프리카 기행 중 깨달은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긴 작품들이 연결된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400점이 넘는 작품을 김병종 화백이 고향인 남원시에 무상 기증해 개관한 전원형 미술관이다.
2018년 3월 문을 연뒤 김 화백의 소장품들을 중심으로 ‘묵향’ ‘생명의 숲과 바다’ ‘시화기행’ 등 매년 특별전을 개최, 많은 관람객들의 공감을 이끌어왔다. 그동안 지역 시각예술 분야의 저변을 확장시켜 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독특한 건축물과 사진 찍기 좋은 공간들이 많아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동안 30만 명이 다녀갔다. ‘2022년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화백은 한국 대표 화가의 하나로 생명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해 왔다.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연작을 통해 국내와 해외에 이름을 알렸다. 고 이어령 문화평론가는 눈을 감기 얼마 전 김 화백에 대해 “날치가 물을 차고 오르듯 힘찬 붓질과 아름다운 색채로 생명의 시를 쓰는 화가”라고 평한 바 있다.
유치석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장은 “김 화백의 작품 작품마다 생명, 또는 삶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고찰이 묻어 있어 있다”며 “작가가 말하려는 ‘생명의 순환’에 대해 공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원=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