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한복판에 웬 마차가…뿔난 게이머들 시위 [영상]

입력 2022-08-29 12:49 수정 2022-08-29 14:32
29일 성남시 판교역 거리를 달리고 있는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의 시위 마차 모습. 트위터 캡처

“길 한복판에 갑자기 웬 마차가….”

29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밀집한 경기 성남시 판교역 거리에 중세시대에나 볼 법한 ‘마차’가 나타났다.

이 마차는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국내 이용자들이 벌인 시위에서 등장했다.

이용자들은 일본 서버와 한국 서버 운영 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날 오전 10시15분쯤 말의 휴식 공간으로 마련된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한 마차는 카카오게임즈 본사가 있는 판교역 인근 도로 1.4㎞ 구간을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마차에는 ‘무책임한 공지. 계속되는 유저기만. 우마무스메 방만운영. 소통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마차 앞쪽에는 마부도 탑승해 있었다.

29일 성남시 판교역 거리를 달리고 있는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의 시위 마차 모습. 트위터 캡처

시민들은 도로에 나타난 마차가 신기한 듯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출근 시간대 이후 시작된 시위라 별다른 교통체증은 발생하지 않았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마차도 차로 규정하고 있어서 마차가 고속도로를 제외한 차도로 운행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이번 마차 시위를 위한 모금에는 게이머 200여명이 참여했고 29분 만에 950만원가량이 모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자들 “카카오게임즈, 면피성 변명만 해”

이용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유저들은 한·일 서비스 차별 논란을 비롯해 소통 미흡, 고의적인 재화구조 변경 및 콘텐츠 누락 등 불만사항을 지속해서 카카오게임즈에 호소했으나 회사는 면피성 변명만을 통지했다”며 “성명문을 작성하는 지금 시각까지도 소비자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위를 하는 이유는 게임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며 “회사가 유저와 소통하고 개선하기를 바라는 것이지 게임이 망하기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본의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우마무스메는 실존하는 경주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육성해 레이스를 펼치는 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 국내에 출시했고 한국에서도 매출 순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대표 이미지. 카카오게임즈

이용자들은 한국 서버가 일본 서버와 비교해 유저들에 대한 각종 공지와 소통이 미흡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캐릭터를 한 달 가까이 육성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챔피언스 미팅’ 이벤트를 한국 서버에서는 불과 사흘 말미만 주고 공지한 점이 공분을 샀다. 일본 서버에서는 해당 이벤트 개최 3주 전 공지가 이뤄졌다.

또 필수 카드로 꼽히는 ‘키타산 블랙 SSR’을 확정적으로 뽑을 수 있는 티켓을 1년간 지급한 일본 서버와 달리 한국 서버에서는 카드 출시 전 1개월간만 지급한 것도 반발 요인이다.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우마무스메의 구글 플레이 평점은 5점 만점에 1.4점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게임에 비해 확연히 낮은 평점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4일 저녁 공식 카페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서비스에 신뢰를 드리지 못한 저희 잘못”이라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마무스메 이용자 대표 박대성씨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이용자는 납득할 수 없었고,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도 일언반구도 없었다.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도 없는 면피성 사과였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이날 카카오게임즈를 항의방문해 이용자 명의의 성명문과 ‘불매 서약서’도 전달했다. 박씨는 카카오게임즈의 대응이 바뀌지 않으면 추가 시위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