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히거나 좁아진 심장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를 삽입하고 통상 1년이 지나면 심장 기능 확인을 위해 일종의 스트레스 검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필수적으로 이런 심혈관 추적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괄적인 정기 스트레스 기능 검사 보다는 시술 후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 기타 재발이 의심되는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만 시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환자 안전에도 문제 없다는 것이다.
스텐트 시술 후 심혈관 정기 검사가 과연 고위험 환자들의 예후에 얼마나 유효한지를 밝힌 국내 의료진의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가 세계 최고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최신호에 발표됐다. 전세계 임상 의사들의 치료 지침 교과서로 불리는 NEJM에 발표된 이번 연구결과가 국제적 심장치료 가이드라인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박승정·강도윤 교수팀은 관상동맥 중재시술 후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 여부에 따른 고위험군 환자들의 주요 심장사건 발생률이나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두 그룹 간 차이가 크게 없어, 정기검사가 시술 후 환자 예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29일 밝혔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혔을 경우 좁아진 혈관에 그물망 형태 스텐트를 삽입해서 넓혀주는 것으로,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자에게 가장 많이 시행되는 표준 치료법이다.
지난 20년간 통상적으로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는 의사들이 경험적으로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권고해 왔다. 재발 즉,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재협착 발생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른 추적 검사로 운동부하검사, 심장핵의학검사, 약물부하심장초음파검사 등이 시행돼 온 것.
연구팀은 국내 11개병원에서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 환자 1706명을 대상으로 시술 1년 후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한 환자군 849명과 정기검진 없이 표준치료만 진행한 환자군 857명을 비교 분석했다. 환자들은 평균 나이 64.7세로 좌주간부 질환, 분지병변, 만성폐색병변, 다혈관질환, 당뇨병, 신부전 등의 해부학적 혹은 임상적 고위험 인자를 최소 1개 이상 동반했다. 연구팀은 시술 2년 후의 사망, 심근경색,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재입원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을 평가했다.
그 결과,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한 환자군(5.5%)과 정기검진을 시행하지 않은 환자군(6.0%)의 시술 후 2년째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간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 환자에서 1년 후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의무적으로 하기 보다는 시술 후 가슴 통증, 호흡 곤란, 기타 재발이 의심되는 증상이 동반되었을 경우에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의료체계의 적절한 운영에 도움되며 환자 안전에는 차이가 없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박덕우 교수는 “이번 논문은 경험에 의존해왔던 관상동맥 중재시술 후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의 유효성을 평가한 최초의 대규모 임상연구로, 임상적 근거가 불확실한 검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익적 의미가 매우 크며 실제 환자 진료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따.
또 “관상동맥 중재시술 후 고위험 환자들이 재발에 대한 염려로 무증상임에도 정기검진을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모든 환자가 필수적으로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받기보다 증상이나 여러 임상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사 유무나 그에 맞는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의료진이 주저자 혹은 교신저자로 참여한 NEJM 논문은 이번 연구를 포함해 총 8편으로 늘었다. 특히 박승정 석좌교수는 NEJM에 게재한 중재시술팀의 논문 6편에 모두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최초 기록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