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권시장은 연례 국제경제 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에서 나온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을 소화하며 29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8월장을 마무리하고 9월장으로 넘어간다. 이번 주 마지막 거래일인 오는 9월 2일 미 노동부에서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실업률이 발표될 때까지 변동성 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1. 다시 ‘매의 발톱’ 꺼낸 파월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연설을 통해 “물가 안정은 연준의 책임이자 경제의 기반”이라며 “물가 안정 없이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물가 상승률을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의 목표치 복원을 위해 제약적인 수준까지 의도적으로 (통화)정책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며 “물가 안정을 되찾으려면 제약적인 정책으로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강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연준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으로 고강도 긴축에 들어갔다. 지난 3월부터 금리를 인상했고, 오는 9월부터 양적 긴축의 규모를 확대한다.
연준은 지난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까지 2회 연속으로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았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2.25~2.50%다. 연준은 차기인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률을 결정한다.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 기준금리는 3~3.25%로 상승한다. 연말까지 기준금리 4% 도달도 가능하다.
이 틈에 미국에서 물가 상승률 둔화 조짐도 나타났다. 월간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1981년 11월 이후 41년여 만에 최대치로 기록된 지난 6월 9.1%에 도달한 뒤 7월에는 8.5%로 내려갔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긴축을) 멈추거나 쉬어갈 때가 아니다”며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사이에 고금리, 경제 성장 둔화, 노동시장 약화가 가계와 기업에도 일정 부분 고통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 내용을 확인한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일제히 3% 이상씩 급락하고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을 완주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 5월 18일(3.57%)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큰 3.03%의 낙폭을 썼다.
시장은 연준의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한국시간으로 29일 오전 7시20분 현재 자이언트스텝을 예상한 비율은 64%로, ‘빅스텝’ 의견(36%)을 앞질렀다.
2.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실업률
연준의 차기 FOMC 정례회의는 9월 20~21일에 예정돼 있다. 그전까지 나오는 고용지표와 물가지표가 연준의 금리 인상률을 결정할 수 있다. 고용에서 가장 주목할 지표는 오는 2일 미 노동부에서 발표되는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실업률이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코노미스트 의견을 모아 8월 신규 고용자 수를 32만5000명으로 전망했다. 앞서 7월 신규 고용자 수는 52만8000명으로, 월스트리트 전망치인 25만8000명을 배 이상 상회했다.
월스트리트 이코노미스트들은 8월 중 고용 둔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신규 고용자 수가 전망치를 상회하면 연준의 고강도 긴축의 근거로, 하회하면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8월 실업률 전망치는 전월과 같은 3.5%로 제시됐다.
3. 브로드컴 [AVGO]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은 미국의 대형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주가 반등을 억제해 왔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6일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을 확인하고선 나스닥에서 5.32%(29.27달러)나 급락한 520.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같은 날 낙폭인 5.81%와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브로드컴의 실적은 반도체 업황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브로드컴은 오는 1일 나스닥 본장을 마감한 뒤 회계연도 기준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미국 경제지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는 브로드컴에 대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치를 종합해 매출을 84억1000만 달러, 주당순이익을 9.56달러로 각각 전망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