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찬회 ‘봉합’ 하루만에…의총서 오간 ‘네탓 공방’

입력 2022-08-28 16:52 수정 2022-08-28 16:59

전례 없는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정지 사태에 맞닥뜨린 국민의힘이 또다시 당내홍의 수렁으로 빠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대위를 다시 출범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수습키로 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소재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의 대응을 두고 엇갈린 견해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 27일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이런 모습이 목격됐다. 25~26일 1박2일간의 연찬회에서 ‘화합’을 외치며 겨우 봉합시킨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모양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지난 27일 열린 의총에서는 비대위가 좌초된 상황에 대한 책임소재를 두고 의원들 사이에 공방이 일었다고 한다.

한 재선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연판장까지 돌려 비대위를 출범시켜 얻은 게 무엇이 있냐”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초선의원 주도로 비대위 출범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면서 비대위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점을 지적하며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연판장을 주도했던 한 초선의원은 “나를 콕 찍어 이야기하니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책임론으로 맞섰다고 한다. 비대위 출범을 요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더 큰 원인 아니냐는 것이다.

이 의원은 “권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큰 결단을 해서 사퇴하겠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당내 일부 중진의원들도 이같은 의견에 공감을 표하며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내대표는 본인의 거취를 두고 당내 혼란이 더 가중되는 상황을 우려한 듯 “욕심은 없다, 언제든지 내려놓겠다”고 의총장에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자유롭게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다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의원들은 의총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향후 대응과 관련해서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친윤석열계)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의원은 의총에서 “이 전 대표가 돌아오면 탈당하겠다”며 강하게 이 전 대표를 비판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를 ‘종기 같은 존재’에 비유하거나 ‘젊은 당대표에게 속았다’는 식의 성토도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은 “젊은 당대표에게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당 지도부가) 무리하게 비대위를 구성해 이 전 대표를 배제시키려다 사태를 일으킨 것”이라며 이 전 대표를 옹호했다고 한다.

결국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원회 추가 징계 요구를 결의하는 안을 두고 찬반투표까지 이뤄졌다. 대부분은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10명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갈등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의원은 28일 통화에서 “더 어지러운 상황이 온 것 같다”며 “국민들이 우리 당을 어떻게 보겠느냐”고 우려했다.

다른 영남권 의원은 “위기가 기회라 생각하고 이번 기회에 확실히 체제 정비를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