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나온 청년 절반, ‘극단적 선택’ 충동 느꼈다

입력 2022-08-28 16:48 수정 2022-08-28 16:54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 5년 내 아동) 절반이 극단적 선택 충동을 느낄 정도로 취약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극단적 선택 충동을 느꼈던 이유로는 경제적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자립준비청년 4명 중 1명은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의 대학 진학률은 15% 수준에 불과했다.

2명 중 1명 ‘죽고 싶다’ 생각… 경제적 문제가 주된 이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9~11월 실시해 최근 발표한 실태조사에서 자립준비청년 3104명 중 50.0%인 1555명은 “‘죽고 싶다’(극단적 선택)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19~29세 전체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2018년 자살실태조사의 16.3%와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보호 종료 1년 차 때 43.5%였던 비율은 3년 차 때 56.4%까지 높아졌고, 이후 5년 차에는 48.9%까지 감소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극단적 선택 충동을 느꼈던 이유는 경제적 문제가 33.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가정생활 문제(19.5%)와 정신과 질환(11.2%), 성적·진로 문제(6.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이 속한 나이대의 일반 집단(19~29세)을 대상으로 2018년 진행한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적·진로 문제(29.9%)와 남녀 문제(24.4%)가 극단적 선택 충동을 느끼게 하는 주된 이유였다.

극단적 선택 우려가 있는 자립준비청년이 절반 수준으로 조사됐음에도 4명 중 1명꼴은 정부와 지자체의 자립지원체계 관리망에서 벗어난 채 방치돼 있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자립지원 통계 현황 보고서’(이하 아동자립지원 통계)를 보면 자립준비청년 중 연락 두절 비율은 2020년 23.1%였다. 2018년 33.3%, 2019년 26.3%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극단적 선택 충동을 느낀 자립준비청년 절반은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거나 혼자 삭히고 있었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답한 자립준비청년의 37.4%는 ‘특별히 대처하지 않는다’고 했다. 14.9%는 ‘혼자 음주·흡연 등으로 해소한다’고 답했다. ‘친구와 상담’은 19.7%였고, ‘시설·그룹홈 선생님, 위탁 부모님과의 대화’와 ‘정신과 치료’는 각각 2.8%, 5.6%에 그쳤다.

자립준비청년 4명 중 1명꼴인 24.3%는 이 조사에서 부채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의 평균 부채액은 605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부채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자립 1년 차 때 15.3%로 가장 낮았고, 이후 점차 올라가 자립 5년 차 때는 34.5%까지 증가했다. 평균 부채액도 1년 차 571만8000원에서 5년 차 769만9000원으로 증가했다.

자립준비청년은 보육원을 퇴소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최소 50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받는다. 정부는 이들에게 5년간 월 30만원의 자립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전국 대학 진학률 73%인데… 자립준비청년은 15%
국민일보DB

아동자립지원 통계 결과를 보면 자립준비청년의 대학 진학률은 2020년 기준 15.5%(연락두절 사례 제외)다. 입시 교육기관 종로학원이 집계한 2021년 전국 대학 진학률은 73.7%보다 60%포인트 가까이 낮은 것이다.

대학에 가지 않은 자립준비청년 52.1%는 진학을 포기한 이유를 ‘빨리 취업해 돈을 벌고 싶어서’를 꼽았다. ‘진학하고 싶었으나 경제 사정이 어려워서’가 15.7%로 뒤를 이었다.

67.8%가 금전적 문제를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셈이다. 전체 청년을 대상으로 한 2017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서 경제적 문제로 대학에 가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이보다 15.5%포인트 낮은 52.3%였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자아존중감과 삶에 대한 만족도 역시 다른 청년들과 비교해 확연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의 자아존중감은 0~10점 척도에서 2.9점으로 조사됐다. 2019년 한국복지패널조사의 일반 가구원 자아존중감 3.22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삶의 만족도는 5.3점에 불과했다. 이 역시 2017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서 19~29세가 응답한 6.5점보다 낮다.

보고서는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청년의 비율이 높고, 이런 생각에 건강하게 대처한 비율이 낮아 보호종료 청년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며 “심리정서적 지원을 확대해야 하며 보호종료 후 4~5년 차가 된 아동들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확대됐지만, 신청주의에 기초하기 때문에 연락이 두절되면 지원할 방법이 없고, 정보에 취약한 경우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체계적인 사후 관리와 심리정서적 지원을 포괄하는 자립준비청년 전담 사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