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eSIM(e심) 도입이 시작된다. 하나의 스마트폰에 유심(USIM)과 e심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1폰 2번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번호를 달리 하는 식으로 사용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추가 요금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e심 시장이 단기간에 성장할지 미지수다.
KT는 오는 1일 ‘듀얼번호’를 출시한다고 28일 밝혔다. 듀얼번호는 유심과 e심을 동시에 이용하는 ‘듀얼심’ 고객을 위한 요금제다. 듀얼번호는 월 8800원에 두 번째 번호용 데이터 1GB를 제공한다. 제공한 데이터를 소진하면 최대 400Kbps 속도로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 메인 번호의 음성과 문자를 두 번째 번호로 공유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e심 전용 요금제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e심은 유심과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별도의 칩을 삽입하는 유심과 달리 e심은 단말기에 내장된 칩에 이용자가 QR코드 등을 활용해 통신사 프로파일을 다운로드해 이용한다. 유심처럼 물리적인 칩을 넣거나 교체할 필요없다. e심은 온라인으로 가입 절차를 처리할 수 있어 개통 절차가 간편하다. 비용도 유심이 7700~8800원인 반면 e심은 2750원으로 저렴하다.
대신, 유심은 다른 기기에서 계속 쓸 수 있는 데 비해 e심은 기기변경 때마다 다운로드 비용이 발생한다.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e심 활성화를 위해 당분간 다운로드 비용을 받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e심 가입이 가능한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갤럭시 Z폴드4, Z플립4와 아이폰XS, 11, 12, 13 등이다.
e심은 세계이통사연합회(GSMA) 주도 아래 2016년부터 표준화 규격을 발간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69개국 175개 통신사가 e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선 알뜰폰 사업자인 티플러스(KCT)가 2020년 7월 e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유심과 e심을 통해 각각 이동통신 서비스를 개통하면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2개의 번호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나 SNS 등을 따로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업무용과 개인용 번호를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관리 가능해 2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요금제 조합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메인 회선은 통화만 되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가입하고, 데이터는 저렴한 알뜰폰 상품을 이용하는 식이다. 해외 출장에서도 이점이 있다. e심으로 현지 통신사의 요금제에 가입하면 기존 번호를 유지한 채 데이터만 현지 통신사 것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 3사는 e심 도입에 따른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등의 고가 요금제 이용 고객이 저렴한 알뜰폰의 e심 요금제로 이탈할 수 있어서다. e심으로 새 요금제에 가입하면 매월 요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번호를 따로 써야 하는 수요 말고는 ‘1폰 2번호’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