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사건을 판결하는 과정에 관여한 재판연구관의 인적 사항은 정보공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한 이유 때문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A 변호사가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변호사는 본인이 맡은 사건을 상고했다가 지난해 7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받자 해당 판결에 관여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이름과 직위 등 인적 사항을 알려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대법원이 별도의 결정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해 원심 판결을 확정하는 제도다.
법원행정처는 합의 절차 관련 사항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법원조직법과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이 우려되는 정보의 공개를 금지한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A 변호사의 청구를 거부했다. 이에 A 변호사는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재차 정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원조직법이 심판의 합의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은 재판부 내에서 심증 형성과 합일을 위해 이뤄지는 합의 절차에 대한 사항만큼은 외부 노출을 차단해 재판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법관 합의의 기초가 된 연구관의 검토보고서는 해당 사건의 합의 내용과 그 과정을 알 수 있는 중요 자료”라며 “연구관은 대법관의 심증 형성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고, 그의 인적 사항 역시 합의에 관한 정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연구관의 인적 사항이 공개될 경우 연구관 개인을 향한 비난까지 받게 될 위험을 우려해야 하고 이 경우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사건을 검토하는 데 현저한 장애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A 변호사는 1심 판결에 항소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