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애인이 준 선물을 방에서 태웠다가 주택에 불이 번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30대가 항소심에서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받아 실형 신세를 면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황승태)는 최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씨(36)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 3일 강원도 원주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전 애인이 선물로 준 천 소재의 그림이 싫어졌다는 이유로 인화성 물질을 휴지에 묻혀 붙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가 라이터만을 이용하지 않고 인화성 물질을 이용한 점 등을 근거로 방화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A씨에게 확정적 고의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방화할 만한 뚜렷한 동기나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과 A씨가 ‘불길이 일자 놀랐고, 물을 부어 끄려고 했으나 크게 번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등 사건 직후 나타난 반응, 태도, 행동 등이 방화범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불길이 번지자 창문을 열고 맨몸으로 뛰어내린 A씨가 다시 입구를 거쳐 집으로 가 키우던 반려견을 살려달라고 소리치다가 연기에 질식해 쓰러졌던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다세대주택 소유자에게 적지 않은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고, 다른 거주자들도 놀라 대피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사건으로 자신의 잘못과 화재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이며, 중대한 상해나 인명 피해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