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대위 새로 꾸린다…이준석 추가 징계 요구

입력 2022-08-27 22:31 수정 2022-08-27 22:48

국민의힘은 27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한 법원 가처분 결과와 관련해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로운 비대위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또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내홍을 수습하고, 권 원내대표의 거취는 이번 사태가 마무리된 후 의원총회를 통해 재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의 ‘양두구육’ 발언 등에 대해선 당 윤리위원회에 추가 징계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4시10분부터 5시간 동안 의원총회를 열고 이같이 결의했다고 박형수·양금희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초유의 사태로 인해 당헌·당규의 입법미비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에 당헌·당규 정비 후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현재 비대위를 (이어가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면서도 “이번 비대위 구성으로 최고위원회가 해산되면서 과거 최고위로의 복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도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국위원회가 비대위를 만들면서 최고위는 해산된 상태다. 거기로 돌아갈 방법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 위원장은 ‘당헌당규를 개정해 새 비대위가 꾸려지면 거기서도 위원장을 맡으실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은 향후 최고위원 절반이나 2분의 1 이상의 사퇴, 선출직 최고위원의 사퇴 등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당헌·당규에 삽입할 것으로 보인다.


당헌 제 96조를 보면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여당의 현 상황을 놓고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비상상황을 규정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더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권 원내대표가 당헌·당규 부분을 빨리 정리해서 다음주 초쯤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논의하는 것으로 이야기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말 당헌·당규 개정과 관련한 법률적 부분을 검토할 계획이다.

주 위원장을 제외한 현재 비대위원들은 당분간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주 위원장의 직무만 정지시켰을 뿐, 비대위 자체를 해산하라고 주문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꾸려진 만큼 비대위는 존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새롭게 비대위가 꾸려지면 위원 구성은 그대로 이어지느냐’는 질문엔 “특별히 바꿀만한 이유는 없어보이지만 그 부분은 새로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의총에선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을 중심으로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사태를 수습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및 비대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의총에서 채택된 결의문에는 이 전 대표에 대해 당원들이 윤리위에 제출한 추가 징계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양 원내대변인은 “이 전 대표의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 등 당원들에게 모멸감을 준 언행에 대해 강력히 규탄·경고 한다”며 “추가 징계에 대한 윤리위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양 원내대변인은 “당정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긴밀히 협조관계를 구축해야 함에도 이 전 대표는 오히려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당의 운영을 앞장서서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른 당의 혼란 상황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이 전 대표의 성상납과 증거조작교사 (의혹)”이라며 “이에 대해 의원총회 결의로 이 전 대표에게 강력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양 원내대변인은 “지금 윤리위에 이 전 대표의 징계와 관련한 요구들이 제출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 요구들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의총에선 비대위를 해체하고, 권 원내대표가 사퇴한 뒤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에 따라 향후 당의 내홍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의총 도중 회의장에서 나와 기자들에게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새로운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야 한다”며 “새로운 원내대표가 이 전 대표와 만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화해 등 실마리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은아 의원은 의총에서 “비대위 기능 유지와 그에 따른 당헌·당규를 개정한다는 지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다를 바 없다”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상사태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의원도 “진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이라면 자리를 내려놓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며 권 원내대표를 직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의원은 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망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은 오후 4시부터 9시15분까지 5시간 넘게 진행됐다. 당 소속 국회의원 115명 중 9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1일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앞두고 열렸던 의총 당시 인원(89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