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소속 위원회를 20개에서 7개로 줄여 연간 예산 25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맞아 살림을 알뜰하게 살려는 노력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문제는 그 선별과정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누가 시행하느냐일 것이다.
대부분의 위원회가 대통령소속 위원회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각 부처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난제들을 다양한 부처 장관들과 민간전문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위원회를 조직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물론 사명을 다하였거나 사회환경의 변화로 더 존재할 필요가 없는 위원회도 있으며, 유명무실하게 활동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위원회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평가를 과연 누가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자그마한 회사나 학교도 폐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뇌와 평가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물며 국가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소속 위원회의 폐쇄를 위한 평가작업은 다양한 각도에서 면밀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감사원이 이를 들여다보며 무엇보다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대표들이 정확한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필자가 위원장을 지낸 대통령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예로 들어보자. 이 위원회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황우석 사태라는 세계적인 전대미문의 사고가 국내에서 일어났으며 그 근본 원인은 난자와 배아를 비롯한 생식세포의 관리가 허술하고 연구윤리가 확립되어있지 않으며 이를 심의할 기구가 존재하지 않아서 수년에 걸쳐 수십 차례의 다양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침내 국회에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었으며 이에 근거해 대통령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만들어져 현재까지 2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숱한 생명에 관한 난제들을 심의하고 해결해 온 것이다.
이러한 난제들은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로서는 풀 수 없고 법무부, 교육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가 여러 민간전문인과 함께 수차례 논의를 거듭하며 해결해야겠기에 대통령소속 위원회의 위상은 무척 중요하다.
필자가 위원장으로 있던 시절의 사업만 보아도 세월호 사태 이후의 생명경시 풍조를 바로잡기 위한 생명존중선언문 발표와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 관련 법률 권고안 마련, 인간배아실험 심의, 시험관시술에서의 착상 배아 수 제한, 유전자검사 허용범위 심의, 아시아-태평양 국가생명윤리위원장 서밋 주최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위원회를 없애고 절감하는 예산은 연간 13억원이라고 한다. 이를 다른 곳에 사용해 어떠한 국익에 도움을 주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생명의 가치는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기에 우리는 우주보다 귀한 생명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경우, 위원장을 포함해 모든 위원은 아무런 급여나 법인카드도 사용하지 않으며 교통비조차도 받지 않고 있으며 정부 예산은 꼭 필요한 사업에 쓰이는 경비로만 구성되어 있다.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통령소속의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산하에 엄청난 연구기관과 전문위원회를 두어 중요한 이슈를 깊이 있게 연구하여 이를 위원회가 심의하도록 함으로 생명윤리 분야에서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대통령소속 위원회를 구분해보면 정치, 경제, 과학, 교육, 문화, 생명의 6개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에서 생명과 관련된 저출산 고령화 위원회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만큼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존폐와 관련된 근원적인 위원회이기에 반드시 대통령소속 위원회로 존속되기를 촉구한다.
과학의 발전은 가상현실과 AI 시대를 열었고 유전자조작과 편집기술은 날로 새로워지고 인간을 복제하겠다는 잘못된 사이비종교도 판을 치는 시대 속에서 생명을 지켜내는 마지막 보루의 역할을 감당해온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대통령소속 위원회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내어 생명을 최우선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