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쉬지 않고 운동했던 것 같아요. 나이 들어서 근력 없다는 얘기도 들어서 웨이트 운동에 시간도 쏟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했어요.”
한국 여자 배드민턴 ‘맏언니’ 김소영이 오랜 부상의 설움을 이겨내고 2022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부활했다. 최고의 파트너 공희용과 함께 여자복식 결승에 올라서며 여전히 세계 최상위급 실력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킹콩’ 김소영-공희용(세계랭킹 4위) 조는 27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경기장에서 열린 세계개인선수권 여자복식 준결승에서 1시간31분의 혈투 끝에 태국의 푸티타 수파지라쿨-삽시리 타에랏타나차(20위) 조를 2대 1(21-16, 19-21, 25-23)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김소영-공희용 조는 1게임을 먼저 잡았지만, 2게임을 내주고 3게임까지 끌려가는 상황에서 끈질길 추격 끝에 막판 대역전극에 성공하며 한 편의 드라마를 썼다. 3게임 15-19로 상대가 2점만 더 내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김소영-공희용 조는 20-20 듀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태국 페어가 1점 앞서가면 ‘킹콩’ 조가 동점을 만들며 두 차례 듀스를 이어갔고, 계속된 추격에 상대가 조급해진 틈을 타 23-22 마침내 3게임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상대 공격이 라인아웃되고, 김소영이 상대 흐트러진 수비를 틈타 스매싱을 날리며 승리를 완성했다. 관객들도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박수로 이들의 승리를 축하했다.
김소영은 한 취재진이 ‘국민들에게 심장마비(일으킬 만큼 멋진 승부)를 안긴 소감’을 묻자 “이렇게 하고 싶진 않았는데 본의 아니게 심장마비 일으킨 점 죄송하다”고 웃으며 “이겼으니까 예쁘게 봐달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김소영의 부상 이후 힘든 시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공희용도 “언니는 계속 잘하고 있는데도 은퇴한다거나 그만한다는 소리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김소영은 “부상 이후에 ‘경기력이 너무 떨어졌다’거나 ‘몸이 느려졌다’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선수로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며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 악물고 준비를 했다. 결과가 좋게 나타나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영-공희용 조의 결승 상대는 디펜딩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 천칭천-자이판(중국) 조다. 지난해 이소희-신승찬 조가 아쉽게 이들에게 패하며 준우승을 했다. 세계 최강의 페어인 만큼 험난한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전적도 3승 7패로 열세다.
하지만 ‘킹콩’ 조는 경기를 앞두고 후회 없는 경기를 각오했다. 김소영은 “(상대) 드라이브도 좋고 공격도 좋고 왼손-오른손이라는 장점도 있다”며 “저희보다 한 수 위라 생각하지만 하나씩 배운다는 생각으로 넘기면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 끝까지 뛸 것”이라고 말했다. 공희용도 “저희 플레이를 후회 없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로를 향한 격려도 했다. 공희용이 “이렇게 큰 대회에서 언니와 결승에 올라왔다”며 “후회 없이 뛰고, 다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해봅시다. 언니 파이팅”이라고 먼저 전했다. 김소영은 “최고의 파트너와 최고의 경기를 해보고 싶다”며 “도와줘 희용아”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도쿄=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