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출산한 뒤 방치해 두 달 만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는 지난 25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친부 A씨와 친모 B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2010년 10월 7일 둘째 딸을 낳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해 생후 두 달 만에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중 B씨는 A씨의 가정폭력을 못 견디고 가출했다가 재결합해 둘째 딸을 낳았다. 그러나 A씨는 둘째 딸이 B씨의 외도로 태어난 아이라고 의심해 수시로 때리는 등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탓에 어떤 기관도 아이의 사망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다 남편의 괴롭힘으로 따로 살게 된 B씨가 2017년 경찰에 자수하며 이 사건이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2010년 12월쯤 둘째 딸이 고열이 지속되고 치료가 필요했음에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병원에 데려갈 경우 몸에 있는 멍이 발견돼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B씨는 아이의 사망에 대해 “반지하 집 방에 있는 나무상자에 아이 시신이 있다.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2개월 된 아이가 죽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이 반지하 집을 수색했지만, 시신이나 나무상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B씨가 몰래 딸을 유기하고 온 뒤 본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B씨는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공범이 아니라고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2010년 12월 자고 일어났는데 딸이 숨을 쉬는 느낌이 없었다. 1시간 가까이 가만히 방에서 기다렸다. 죽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B씨의 진술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경우 자신의 자녀가 숨을 쉬지 않는 사실을 확인하거나 사망한 사실을 안 직후에는 본능적으로 신고하는 등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경험칙에 부합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이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인 B씨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들은 B씨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지 못하거나 공소사실을 증명하기 부족한 간접 증거들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B씨가 지목한 곳의 문을 강제로 열어 샅샅이 수색했으나 나무상자나 어떤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도 “B씨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1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거나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