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ESG와 기독교’란 주제로 칼럼을 시작한 동기는 기독교 공동체도 지난 2~3년 동안 지속되었던 ESG에 대한 세계적인 열풍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별 크리스천과 교회 공동체는 피조세계인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잘 인지하고 있다. 경제학과 경영학은 한정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사회에 경제 및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회사 등 조직에서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영역을 다루는 학문이다. 이러한 경제학, 경영학에서 주요 관심 사안으로 떠오른 ESG경영의 이론적 실무적 관점 및 다양한 사례를 성경 말씀과 연결하여 논의해 봄으로써 기독교 공동체와 세상이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ESG는 기독교와 관계없이 비기독교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주제이니 세상의 일은 세상에 맡겨두고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이원론적 접근이 더 설득력을 유지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기독교가 큰 성장을 해왔던 지난 30년간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외형과 물질적 성장이 크게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성장에는 6·25전쟁 이후의 베이비붐으로 인한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도시화, 그리고 교회를 통한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도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우리나라의 번영신학이 등장한 것이다. 번영신학은 60~80년대 가난으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고 경제적 부흥을 이끈 산업화 세대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번영신학은 시대적 상황이 맞아떨어짐으로 설득력을 얻었으나 2000년대 이후 인구가 정체되고 저성장 시대로 들어가면서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에게는 신앙을 가지면 물질적 풍요, 건강과 장수를 누릴 수 있다고 믿는 번영신앙이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또한 번영신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소외된 소수를 위해 사역하며 그늘진 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과 목회자들의 사역에 대한 귀중함을 과소평가하게 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지배적인 경제사관으로 성장을 이끌었던 신자유주의적 경제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계를 드러내면서 비정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광범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는데 그 중심에 유엔이 있다. 2015년 유엔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사회적 과제 해결을 위한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구성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채택했다. UN SDGs에 포함된 이 목표들은 인류가 직면한 시급한 환경, 사회, 경제적 과제를 해결하고 인류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핵심적인 주제를 정리한 것이다. SDGs가 제시하는 17개 목표를 보면 ESG경영이 추구하는 핵심 주제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물과 위생,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맞서기 위한 대응, 대양, 바다, 해양자원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 보호, 복원 및 지속가능한 이용 증진, 지속 가능한 산림관리, 사막화 방지, 토지 황폐화 중지와 회복, 생물 다양성 손실 중단 등은 ESG경영의 첫 번째 요소인 환경(E)경영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시며 매일 반복하여 “보시기에 좋았더라” 말씀하셨다. 그리고 창세기 1장 28절에 하나님은 인간에게 창조된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명령하셨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피조세계를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답게 보존하고 경영하라는 것이다. 기독교 공동체는 창세로부터 ESG경영을 명령받은 것이다.
SDGs에 언급된, 기아종식, 개선된 영양 상태, 모든 연령층을 위한 건강한 삶과 웰빙증진,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보장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기회 증진, 성평등 달성과 여성 및 여아의 권익 신장, 양질의 일자리 증진, 불평등 감소 등은 ESG경영의 두 번째 요소인 사회적 가치(S)경영과 바로 연결된다. 이러한 사회가치경영의 관점은 신약성서 전체를 관통하는 예수님의 가르치심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
1885년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제물포에 첫발을 디딤으로 시작된 한국 개신교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의 극심한 교회 탄압을 경험하고 신앙의 선배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대한민국 사회에 실천하면서 10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ESG경영 중 사회적가치(S)경영을 실천해온 것이다. 한국의 기독교는 기아에 시달리던 서민들을 위한 구제 활동의 중심에 있었고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수많은 기독교 사학을 설립했다. 교회는 세상의 문화를 선도하는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의 기회를 다양한 형태로 제공해 왔으며 모든 종류의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데에도 지대한 기여를 했다. 이러한 기독교는 1980대 이후, 고도성장기를 지나며 하나님이 명령하신 E와 S경영을 소홀히 하기 시작했다. 세상과 분리되어 자신만의 게토(ghetto)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마태복음 10:16)”고 말씀하셨다. 뱀같이 지혜롭다는 말은 뱀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잘못 해석하면 안 된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영악하고 불법과 타협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되, 이웃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분별하고 제한된 자원을 고려하여 지혜롭게 주어진 삶을 선하게 경영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수님의 당부는 ESG경영의 정신과도 밀접하게 연결이 된다.(다음 회, ESG경영과 공급망 그리고 가치사슬의 성경적 의미)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이다.
정리=
전병선 부장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