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소위 ‘이재명 방탄용’ ‘셀프 구제’ 논란을 불러일으킨 ‘당헌 80조’ 개정안을 26일 통과시키자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나왔다.
이재명 의원과 함께 당 대표 후보로 나선 박용진 의원은 이날 중앙위 발표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절차적 문제와 내용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무위 의결에 이어 중앙위 가결로 이번 당헌 개정안 논란은 일단락됐다”며 “결론은 내려졌지만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우선 당헌 80조 3항의 개정에 따라 향후 있을 당무위의 판단이 결코 특정인을 위한 방탄 조항이 되지 않도록 우리 당무위 구성원들의 철저한 선당후사 정신과 책임감이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에 삭제된 권리당원 전원투표 조항과 관련해서는 시간을 갖고 민주적 원칙과 절차에 맞게 당원 중론을 모아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우리 민주당의 중앙위원회가 찬반투표만 하는 사실상의 표결행위 기구로만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 중앙위는 명실상부한 당의 중요 결정사항을 논의하는 기구여야 한다. 민주당 안에 민주적 논의구조가 작동돼야 한다. 저는 앞으로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민주주의 정당 민주당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일사부재의 원칙과 절차적 규범을 위반하면서 그렇게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기로 목적을 이뤄내니 만족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벼락 치는데 피뢰침 더 높이 드는 격이다.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윤석열 대통령과 행정부, 국민의힘이 법과 원칙을 위반해도 뭐라 할 말 없는 것이다. 하면 또 ‘내로남불’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민 의원은 “정말 부끄럽다. 이런 후안무치, 반상식적 행위를 양당이 돌아가면서 저지르는 것은 양당의 독과점 동맹 때문”이라며 “양당의 독과점 구조를 부숴버리고 정치에도 경쟁 원리를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정치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선택이 다양해지고 책임정치를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한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당헌 개정 논란을 영국의 브렉시트에 비유했다. 그는 “YTN 뉴스에 출연해서 지금 논란이 되는 우리 당 당헌 개정 문제에 대해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책임정치는 어찌할 것인지를 말하고 싶었다”며 “권리당원 전원 투표로 결정된 결과가 만일 잘못됐을 때 그 후과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키겠나”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당 대표는 당원들의 뜻이었다고 할 것이고 당원들은 정치적 책임을 질 의무가 없으니 책임 문제는 공중에 떠 버리게 된다”며 “몇 년 전 영국 보수파가 선동해서 밀어붙였던 브렉시트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민투표를 한 끝에 통과됐지만 잘못된 결정이었고 누구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영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중앙위는 이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 요건을 완화하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돼 직무가 정지된 당직자를 구제하는 기관을 ‘윤리심판원’에서 당 대표가 의장을 맡는 정치적 의결 기구인 ‘당무위’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틀 전 부결됐던 안건을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일부 수정한 뒤 재추진한 셈인데,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이 확실시 된 상황이어서 ‘셀프 구제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