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여당이 대혼돈에 빠졌다. 동시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재판장의 성향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주 위원장은 이날 법원의 가처분 일부 인용 결정이 나온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재판장이 특정 연구모임 출신으로 편향성이 있고 이상한 결과가 있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 우려가 현실화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나는 안 믿었는데…”라면서도 “재판장 성향 때문에 우려하는 얘기가 사전에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주 위원장은 앞서 이날 법원 가처분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 “매우 당혹스럽다.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더해 재판장이 진보 성향 판사 모임 출신이어서 편향된 결정이 나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주 위원장이 언급한 ‘특정 연구모임’은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밤 늦게 공지를 통해 “재판장 황정수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회원이 아니다”고 밝혔다.
황 부장판사는 전남 구례 출신으로 순천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서울남부지법으로 왔으며 올해 2월 민사수석부장판사로 승진했다.
황 부장판사가 다룬 사건 중에는 지난 5월 6·1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한 강용석 무소속 후보가 낸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사건도 있다. 황 부장판사는 당시 강 후보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양당 후보만 참여하는 TV토론을 방송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한국방송기자클럽이 경기지사 후보자 6명 중 김동연·김은혜만을 초청 대상자로 선정한 행위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 후보 손을 들어줬다.
황 부장판사는 또 지난 4월 서울신문의 호반건설 비판기사 삭제를 주제로 한 KBS 시사프로그램 ‘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 편에 대해 서울미디어홀딩스와 호반건설이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을 취재하고 방송하는 것은 언론 자유 측면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이었다.
황 부장판사는 인천 강화군수, 충남 태안군수 등 지방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낸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여 당 결정을 뒤집기도 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