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이은해, 사이코패스 성향…자기도취적 성격문제도”

입력 2022-08-26 20:24 수정 2022-08-27 09:06
지난 4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들어서며 얼굴을 가린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 연합뉴스

‘계곡 살인’ 피의자로 재판을 받는 중인 이은해(31)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매우 강한 성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이규훈)는 26일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11차 공판에서 범죄심리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이 교수는 “이씨를 대상으로 사이코패스 검사를 한 적 있죠”라는 검사의 물음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대상자(이씨)를 만나지 않고 수사기록, 과거 전과기록, 생활 기록 등을 토대로 20개 문항의 채점표에 의해 검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검사 결과에 대해 “이은해의 점수는 31점으로 영미권 국가에선 30점, 우리나라에서는 25점 이상이면 성격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은해에게 사이코패스 성향뿐 아니라 자신밖에 모르는 자기도취적인 성격 문제도 있다”면서 “반사회성 등 2개 부분에선 만점에 해당하는 점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인관계나 생활양식 등도 피해자와 착취 관계를 형성했고 이은해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해서 생존한 게 아니어서 점수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앞서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씨와 피해자는 돈을 매개로 한 착취관계였고 이 관계가 고착화하면서 피해자는 이씨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극단적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피해자는 (이은해로부터) 정신적 지배와 조정을 당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누나한테 호소하거나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었는데도 다른 가능성은 생각할 수 없는 정신적 공황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서적 학대 상황에 놓인 피해자라고 볼 수 있고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상태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며 “영국에서는 (이런 상태의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경우) 살인으로 (유죄를) 선고한 판례가 존재한다”고 증언했다.

이 교수는 다만 피고인 측 변호인이 사이코패스 검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이은해가 사이코패스 성향이라고 했지, 사이코패스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날 역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인천대 상담심리 전공 이지연 교수도 “피해자가 심리적 탈진 상태였던 것 같다”며 “이은해에게 인정받고 싶어했으나 결코 존중받은 적은 없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법정에는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직접 다이빙을 해본 수상 전문가 2명도 증인으로 나왔으나 당시 조씨가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는지를 놓고는 엇갈린 의견을 제시했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씨를 뛰어들게 해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 범행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4월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