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도부 공백상태 빠진 與…‘대혼돈’ 속 법적대응 출구 모색

입력 2022-08-26 18:40

법원이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사실상 무효화하면서 여당은 또다시 지도부 공백사태라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임명된지 불과 17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전례 없는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사태에 당혹스러워 하며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이 와중에 비대위 전환을 추진한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계) 세력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국민의힘은 당분간 극심한 혼란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일단 법원 결정에 대한 불복절차를 밟는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임전국위에서 다수의 위원들이 모여서 당이 당헌상 ‘비상상황’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한 것인데 거기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사법부의 월권”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에 제출한 이의신청서에서 “정당처럼 자율적 내부 법규범을 가진 부분사회에서의 분쟁은 자주적·자율적 해결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결론을 번복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등법원에 항고하는 등 법률적으로 계속 다퉈볼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결정으로 주 위원장 직무정지 효력이 즉시 발생하면서 일단 국민의힘 지도부는 비대위 출범 전인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징계를 받고 발생했던 지도부 공백상태가 재연된 것이다. 다만 주 위원장에 의해 임명된 비대위원은 여전히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여권 안팎에선 지도부 공백상태로 윤석열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에서 주요법안 처리와 야권 공세 대응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원 결정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 이 전 대표 측의 장외 공세도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가처분 결정이 나기 직전 BBS 라디오에서 “(만약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저는 제가 원래 하던 일, 당원들을 만나고 책 쓰고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당에서는 누가 이런 무리한 일을 벌였는지에 대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비대위 출범이 자신의 당 대표 복귀를 막기 위해 추진됐다고 주장하며, 그 배후로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 세력을 지목해왔다. 이 전 대표는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윤 대통령을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 등에 비유했었다.

당내 일각에선 벌써 책임론이 불거지는 중이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적었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은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단체대화방에서 “법원이 정당 민주주의를 지켜줬다”며 “다음에는 우리 당원들의 힘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적었다.

정현수 구승은 기자 jukebox@kmib.co.kr